매년 1개꼴 신약기술 이전, 바이오 강소기업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이사

올해로 7살이 된 레고켐은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 연구바이오회사다. 설립된지 7년밖에 안됐지만 총 7건(국내 5건, 해외 2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1990년 이후 국내에서 성사시킨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이 총 50여건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실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약 155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지만 강한 면모를 또 전세계에 알렸다.

이같은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적인 출발엔  31년간 ‘신약 개발’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김용주 대표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대표는 1983년 당시 LG 화학기술연구원(현 LG 생명과학)에 입사해 세파계 항생제 프로젝트 연구팀장을 시작으로 20여년간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미국 FDA 승인까지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경험한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다.

김 대표는 “오직 신약만이 살 길이다”라는 악바리 정신으로 한 길만을 팠고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 기술이전이란 기록 외에도 지난 2003년 직접 연구 시작 단계에서부터 끝까지 참여한 ‘퀴놀론계 항생제’가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부분적으로 꿈을 이룰 수는 있었으나 여전히 신약개발에 목말랐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는 2005년 말 신약연구소장직을 끝으로 주력 전문분야인 항생제, 항응혈제, 항암제를 앞세워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전문인력들과 2006년 5월 레고켐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라는 칭기즈칸의 구호를 늘 마음에 품고 산다. 이 같은 강한 믿음이 있기에 김 대표는 신약개발 하나에 10~15년의 기간과 1조원 가까운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큰 제약사의 1년 매출이 1조원인 상황에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시장임에도 작게는 레고켐의 50명이 크게는 우리나라 신약업계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면 신약개발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 대표는 “매일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실험 하나하나가 모든 연구결과를 좌우한다”며 “열정을 갖고 작은 일 하나에 정성을 다하면 좋은 결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열정은 회사가 줄 수도 없으며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은 스스로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김 대표는 수시로 연구실에 찾아가 직원들과 벤치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보스가 자기가 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신감과 동기 부여를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레고켐은 설립 초창기부터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과 첫째, 셋째 주 토요일은 6시까지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이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레고켐은 실미도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회사가 소위 ‘빡세다’는 뜻이겠지만 김 대표는 “돈도 인력도 부족한 우리가 세계적인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하는 것밖에 없다”며 소신을 밝혔다.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술 역시 ‘처음처럼’이다. 항상 창업 시의 헝그리 정신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현재까지도 이 술만 마신다.

벤처 업체인 만큼 레고켐도 끊임없이 들어가는 연구개발비에 자금난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5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200억원이 넘는 자금조달에 성공해 가장 큰 문제였던 연구개발비 자금 확보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다. 이에 김 대표는 오는 2014년 흑자 전환을 한 뒤 개발인력 확충과 나아가 제약회사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발한 신약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약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처음처럼’ 한 잔으로 피로를 풀며 다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