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새로운 소수민족이 생겨났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억울함에 결국 참다못해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위자들은 스스로를 제57번째 소수민족이라고 칭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공권력에 희생되고 있는 이들의 억울한 사연들을 들어보자.

지난 여름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사제 폭탄이 터지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공항은 자욱한 연기와 놀란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다친 사람은 사제 폭탄을 터뜨린 용의자뿐이었고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중국 언론은 용의자가 중국 산둥성에 사는 30대 초반 남성이라고만 밝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살폭탄테러로 인해 예민해진 사람들은 이번 베이징 공항 폭발사고도 테러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폭탄테러범이 실은 공권력 남용의 희생자이며 단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다가 일이 잘못된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졌다.

산둥성 출신의 지중싱은 지난 2005년 광둥성 둥관에서 오토바이로 손님을 실어 나르는 불법 영업을 하며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돈을 모아 결혼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손님을 싣고 달리던 어느 날 둥관 공안에 적발되면서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공안은 달리던 오토바이를 갑자기 가로막아 지씨와 그의 손님이 모두 길바닥으로 쓰러지자 지씨를 사정없이 구타했다. 이미 항거할 수도 없이 다쳐서 움직이지 않는 지씨를 향한 폭력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그는 병원에 옮겨져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지씨를 찾아 병원으로 온 여자친구는 지극정성으로 그를 돌봤지만 의사로부터 하반신 마비라는 판정을 받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신세가 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부모와 형에게 얹혀 짐이 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지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론상으로는 공권력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국민은 상급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고 시정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일가 친척에게 돈을 빌리고 남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기저기 민원을 하러 다녔지만 지씨가 받아낸 대답은 없었다.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 지씨는 사제폭탄을 들고 공항으로 갔다. 그가 원한 것은 오직 정부가 그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조차 봉쇄되자 지씨는 마지막 수단으로 폭탄을 들었다. 지씨는 폭발물을 터뜨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결국 지씨는 폭발로 인해 손까지 절단해야 했다. 지난 10월 지씨는 사제폭탄을 터뜨린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에는 지씨와 같은 사람들이 널렸다. 이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냉담한 정부에 호소를 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에는 각기 각색의 사연을 가진 탄원자들이 많다. 길림성에서 온 왕씨는 15년 전 살해당한 아들의 살인범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영업자였던 아들에게 돈을 빌렸던 범인은 갚을 길이 없자 아들을 살해하고 달아났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와의 친분으로 사형이나 종신형이 아닌 몇 년간의 징역 후 풀려났고 아들에게 빌렸던 돈은 여전히 갚지도 않았다는 게 왕씨의 주장이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요도협착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다가 오히려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고통으로 신음하자 생업을 포기하고 시위에 나선 어머니도 있다. 소변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들을 진찰한 병원은 간단한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후 온몸에 열이 오르고 아이가 고통을 호소하자 부모는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따져 물었다.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던 병원 측은 10여 명의 경비원을 불러들이더니 부모를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고통을 호소하는 아들마저 병원에서 폭행을 당했다. 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 소송을 하고 싶었지만 이를 맡겠다는 변호사가 없었다.

우선 베이징에서 시위를 시작했지만 어떤 결과를 얻어낼지도 확실치 않다. 다만 베이징에서의 끊임없는 항의가 지겨워진 지방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시작하고 보상의 제스처를 취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저장성 원조우에서는 건축현장에서 사망한 남편의 사망원인을 회사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며 부인이 건축현장에 남편의 사진을 들고 올라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스스로를 제57번째 소수민족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처지를 탓하지만 그렇다고 억울함을 풀 방도도 없다.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시위인 뿐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중국의 문화>

중국 대학생들은 왜 화장을 안 할까?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상품 중의 하나는 바로 화장품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한국 화장품은 중국 여성들을 늘 혹하게 만든다.

하지만 화장품 가게에 늘 사람이 붐비는 반면 막상 길거리에서 화장을 한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한국만큼 흔하지 않다.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화장한 여학생을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다.

중국 대학생들은 주로 운동복 차림이나 혹은 점퍼에 배낭을 매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외형만 보면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꾸미는 것이나 외모에 관심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취업을 위한 면접 복장과 화장 관련 특강에 모인 학생들은 2시간이 넘게 질문을 던질 정도로 열심이다. 하지만 이들이 막상 일상생활에서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중국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장은 직장을 얻고 나서 어른이 된 후에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기숙사 생활이 대다수이다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 8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화장을 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던 중국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TV와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화장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하이 등 대도시에는 세련된 멋쟁이가 늘어나면서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유명 여배우들의 화장법을 따라 하는 것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