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억원을 넘게 벌고, 자산은 최소 30억원에서 50억원 이상, 수입차를 몰고 있고 서울 강남에서 거주하는50~60대 남자. 신한은행 PB센터 등과 함께 추정한 국내 1% 부자의 현주소다.

● 2008년 근로소득자 1400만명 가운데 근로소득금액 1억원 초과 고액 급여자는 전체의 0.76%인 10만6673명으로 2006년 8만4000여명, 2007년 9만2000여명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Merrill Lynch)는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high net worth individuals)를 거주주택 및 소비재를 제외하고 최소 미화 100만달러(약 12억원), 울트라-HNWI(Ultra-HNWI)로 미화 3000만 달러를 가진 사람으로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HNWI는 2008년 말 기준 1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에서 1%의 부자만을 가려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통계치들을 근거로 추정해 볼때 약 10만명, 최대 20만명 정도를 상위 1% 부자로 꼽는다고 한다.

신한은행 PB센터와 공동으로 평균적인 부자에 대한 기준을 집계한 결과 PB들은 금융자산 30억원, 부동산 50억원 이상을 부자의 기준으로 봤다. 특히 최소 금융자산으로 10억원 이상을 굴린다면 부자로 판단했다.

PB센터에 따르면 부자들의 가장 많은 거주 형태는 일반 아파트 및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60대로 대략 60~70%를 차지했다. 30~40대 부자는 5% 내외, 70대 이상은 25%를 상회하는 정도로 분석됐다.

학력은 대학졸업 이상이 압도적이었으나 직업군은 다양했다. 국회의원, 장관 등 정치인과 금융업종 종사자가 상당수에 달했으나 특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업종이 다양해 나누는 게 사실상 무의미했다.

국내에서 부자를 학문적으로 다룬 첫 학자는 서울여대의 한동철 교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4년 국내 최초로 부자학을 창안했고 2007년에는 부자학회 창립 초대회장이 됐다.

한 교수 등 7명의 교수진이 공동집필한 ‘부자학(2009년)’에서 부자는 ‘경제적 승리자(Economic Winner), 사회적 지도자(Social Leader), 문화적 개발자(Cultural Developer)’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경제적 가치창조를 하고, 이것을 시장에서 판매한 후에 획득되는 이득을 보유하는 사람이 부자라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부자는 주식 시가총액의 30~40%를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의 5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한 교수 등은 대략 현금 10억원 이상에 총재산 50억원 이상 가진 사람을 부자로 구분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총 재산 30억∼50억원을 기준으로 현금 1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1% 부자로 본다.”

진정한 부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우리나라에서 부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먼저 떠올린다. 그동안 재벌들이 보여준 부의 축적 과정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훨씬 심한 다른 나라보다 우리는 부자에게 더 배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부자를 욕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중적인 가치판단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고 개인의 능력과 교육 등이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만 할 이유는 없다.

축적과정이 올바르다면 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목표를 이룬 사람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것이 더 어울린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부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되기를 바란다. 무조건 돈이 넘쳐나는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어떻게 부자가 되고, 어떤 부자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것.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들은 꽤 있다. 한때 극악한 자본가로 불리던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는 중년 이후부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존경받는 부자가 됐다.

철강왕 카네기,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씨 등도 기부를 통해 진정한 부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재테크 1위는 부동산
1% 부자는 어디에 투자할까. 그들은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김일환 신한은행 PB(Private Bank) 여의도센터 팀장은 “보통 PB팀에서는 평균 35억원 전후를 부자라고 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가 돼야 부자 계열에 들 수 있냐는 물음에 ‘최소 35억’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통 융통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10억 정도 되면 부자로 보는데, 이들은 금융자산의 3배에서 5배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소 35억 정도를 가진 사람을 부자로 생각한다는 것.

부자들의 부동산자산이 금융자산의 3~5배 정도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쏠린다.

PB센터에서도 부자들의 부동산과 관련된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예술, 골프, 헬스, 풍수지리 등 각종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상품은 단연 부동산이다.

저축성 보험상품과 연금도 인기다. 비과세 혜택 기간이 보유기간 3년에서 현재 10년으로 늘었지만, 자산가들에게는 돈을 묶어놓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보험을 보장의 의미로 한다면 부자들은 일종의 ‘세테크’로 보험을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제외한 부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대상은 무엇일까. 김 팀장은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주식으로 관심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펀드의 리밸런싱이 쉽지 않으니 주식형펀드를 할 바에는 직접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변동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펀드, ELS, DLS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껴야 잘 산다. 진부하지만 부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불변의 진리’로 통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종자돈 어떻게 모을까
“대한민국 1% 부자들은 어떻게 시드머니, 즉 종자돈을 모을까. 또 이 돈을 어떻게 굴리고 있을까.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재(財)테크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져 봤을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투자를 위한 종자돈 모으기가 쉽지 않고, 적금 등을 통해 목돈을 손에 쥐어도 투자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재테크 초보자들이 많다.

김창수 하나은행 PB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팀장은 “전통적으로 부자들은 금융자산 자체보다는 사업으로 자산을 모은 후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저축한 돈을 주식에 분산투자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자들의 종자돈 마련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다”며 “주식·채권·부동산 등 각자의 ‘주 종목’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부자들과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 등 위기가 왔을 때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 반면 1% 부자들은 이를 기회로 알고 적극 투자에 나섰다고 한다.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 PB센터 팀장은 올해 코스피가 180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역시 금융자산 기준으로 상반기에는 주식형 상품이 꾸준한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와 같은 수익을 거두긴 힘들겠지만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은행 이자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 고수익 상품에 일정부분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2분기 이후에는 세계 각 국의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응 우리은행 PB 팀장은 “부자들도 유형별로 나뉜다”며 “보통 은행권에서는 부자들을 상속 부유층, 생계형 부자, 벤처·신흥 부유층, 노력형 부자 등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마다 종자돈을 마련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지만 특별한 특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며 “굳이 특징점을 찾자면 적절하게 위험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흐름을 잘 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아시아경제신문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