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일반 자동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불법이지만 기사도 승객도 모두 나름 만족하는 분위기여서 단속조차 쉽지 않다. 합법 택시 기사들이 불친절함과 무대포 정신으로 승객을 대하는 동안 불법 택시들이 이들의 영역을 무서운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중국의 ‘택시타기’ 풍속도를 체험해보자.

중국에 갓 도착했을 때 중국인 동료들은 물론 현지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들도 한결같이 앞다퉈 중국에서 조심해야 할 점을 일러주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 친구들이 중국과 한국의 차이점에 기반해 유의점을 알려줬다면 중국인 동료들은 외국인들이 주로 많이 범하는 실수를 바탕으로 유의사항을 전해줬다. 각기 다른 시각에서 주의사항을 일러줬지만 두 그룹의 공통점은 절대로 ‘헤이처(黑车)’는 타지 말라는 것이었다.

'헤이처'란 일반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불법 차량을 일컫는다. 중국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택시를 잡을 때 손을 들고 있으면 일반 자가용이 슬쩍 다가와 어딜 가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단지 입구나 기차역 인근, 병원 근처 등에는 아예 헤이처들이 줄줄이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택시 잡기가 어렵지 않은 편이어서 굳이 헤이처를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비까지 퍼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까스로 잡은 택시는 자신의 집 방향과 멀다는 이유로 두 번 대꾸도 않고 그냥 휑하니 사라져버린 뒤였다.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니 헤이처 한대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비도 오고 해서 운전하는 자신도 집에 일찍 가고 싶으니 저렴한 가격에 데려다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여전히 헤이처에 대한 불안감이 있던 터라 거절하고 무려 1시간을 기다려 행사가 있는 약속 장소로 택시를 타고 갔다. 행사장에는 비슷한 이유로 택시를 잡지 못해 지각한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난징으로 옮겨온 이후에는 거의 날마다 헤이처를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중국에 있는 대부분 대학들이 그렇듯 캠퍼스가 시내 한가운데가 아닌 외곽에 있다 보니 택시 숫자가 현저히 적은 탓이다. 시내에서 누군가 타고 들어온 택시가 아닌한 탈 수 있는 택시가 사실상 거의 없는 형편이다.

늘 같은 장소에 고정적으로 기다리는 헤이처 기사들이 대부분이라 이제는 거의 개인 기사처럼 필요할  때마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헤이처는 대체로 일반 택시보다 조금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하지만 회사 소속인 택시와 달리 개인 소유 차량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돼 있을뿐 아니라 중형차인 경우도 많아 합법택시보다 오히려 편안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헤이처에 대한 경고가 많은 이유는 외지인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승객이 기사가 요구한 금액을 거부할 경우 기사가 손님을 칼로 찌르거나 폭행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여성 승객의 경우, 성폭행 등의 문제도 적지 않게 불거지곤 한다.

이처럼 불법 사건, 사고가 잇따름에도 불구하고 헤이처가 여전히 만연하는 이유는 중국의 대중교통이 아직까지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실어 나를 만큼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확장되고는 있지만 아직 시내 곳곳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상황인데다 버스의 경우도 마을버스처럼 골목골목을 지나 가는 노선이 없다는 얘기다. 출퇴근 시간이나 비가 내릴 때는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마냥 어려운 것도 헤이처가 성행하는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손님이 기본요금 거리를 가거나 기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면 승차 거부를 일삼고 설사 태운다 해도 불평불만을 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아 외진 곳에 갈 때는 아예  헤이처를 타는 경우도 많다.

헤이처 기사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근무하지 않는다. 보통 손님이 따로 예약 전화를 하거나 길에서 보일 경우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일하는 일반 택시기사에 비해 수입이 많다 보니 헤이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헤이처를 단속하기 위해 적발 시 헤이처 기사뿐 아니라 손님도 처벌하고 있지만 사실상 적발이 쉽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헤이처들이 기차역 앞에서 떡 하니 기다리면서 호객 행위를 했다면 지금은 일단 자동차를 구석에 주차시켜 놓고 승객들이 기차역을 나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며 헤이처로 유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헤이처의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중국을 처음 방문한다면 되도록 헤이처는 타지 말것을 권한다. 헤이처는 아무래도 여전히 ‘불법’의 영역이니 말이다.

<중국의 문화>

중학생 시절부터 군사훈련을 받는 중국인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1990년대까지 고등학교 교과목에 군사훈련을 받는 교련수업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남녀학생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다. 9월 가을학기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중국의 대학 새내기들은 신입생 환영회나 미팅보다 먼저 약 한 달간의 군사훈련을 통해 대학생으로 거듭난다.

대학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군사훈련을 받는다. 학생들은 여전히 따가운 늦가을 햇살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군복을 입고 군가를 부르며 행군을 한다.

중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보와 군사훈련을 함께 하게 된다.

사회주의 단체활동의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중국에서는 대학 신입생뿐 아니라 고등학교 학생들도 군사훈련을 받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1~2주간 수업없이 군사훈련만 받는 경우도 있다.

어린 학생들이 일렬로 서서 다리와 팔을 맞추며 행군하는 모습은 때로는 멋져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섬뜩하기도 한다. 심지어 중학교에서도 1~2주간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의 군사훈련은 학교 인근의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들이 맡아서 진행한다.

하지만 군사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단결심, 삶의 고통 등을 배우라는 취지와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외동으로 태어나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탓에  체력저하로 쓰러지거나 뒤처지기 일쑤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