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의 ‘부동산 생각하며 투자하기’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

최근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아파트나 상가의 분양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 덕분인지 사람들의 표정에 기대감이 묻어났다. 고이 ‘묻어뒀던 돈’을 꺼내 하나둘 시장으로 발을 들이는 모습이 엿보인다. 하지만 8.28대책 두 달이 훌쩍 지난 지금, 곳곳에서 거품광고 혹은 거품보도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두어 달 만에 한 지역을 꽉 채울 만큼의 인구이동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상가시장은 매출, 즉 ‘밥줄’과 직결돼 있어 분위기에 휩쓸렸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위험하기도 하다. 상업시설의 성공과 실패사례는 냉철한 시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요즘 뜨는 지역’, 즉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분양시장 호재와 더불어 덩달아 상가 가치도 언급되고 있다. 지역 분양광고를 하자니 상가 가치에 대한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는 가운데 ‘프리미엄’ 기대를 갖게 하는 식의 보도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문제는 그만한 인구 이동이 생각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순 주거를 목적으로 매매를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가 입주의 경우, 섣불리 덤볐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실지 사례를 들여다보면 현실이 훨씬 잘 이해될 것이다.

분당에 사는 A씨(36세, 여)는 2007년 용인 동백지구에 있는 대형 쇼핑몰 3층 점포를 4억2000만원에 분양받아 직접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당시 분양사원은 이 상가에 대형 할인점과 영화관이 들어서기 때문에 6만 명 규모의 동백지구 배후세대가 몰리면서 독점 상가가 되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를 믿고 임대가 아닌 직접 투자를 택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된서리를 맞은 A씨는 1년 만에 장사를 접고 만다. 처분이 급하다 보니 분양받은 금액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등 손실이 매우 컸다고 한다.

그는 택지지구라는 지역 상권에 동대문 쇼핑몰 유형의 대형상가를 지은 것부터가 무리한 시도였다고 지적한다. 현재 이 상가는 활성화에 실패했고,  절반 정도의 점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소비를 위해 분당, 죽전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데 이를 미리 내다보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그 일대 상가 소유권자 상당수가 자신처럼 장기 공실로 수익률을 건지지 못한 것은 물론 매각조차 이뤄지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서울 도심 상가에서도 A씨와 비슷한 사례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패션쇼핑몰에 투자했던 B씨(흑석동 거주. 49세, 남) 사정 역시 그러했다. B씨는  2006년 1억원 정도를 들여 3.5평의 소점포를 분양받았다. 당시 시행사는 투자자들에게 연 8~10%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투자자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준공 후 임차인은 들어오지 않고 공실이 발생했다.

의류업종의 매출 부진과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격, 임대료 때문에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더군다나 철석같이 믿은 시행사 역시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발만 동동 구를 뿐 뾰족한 묘안이 없었다. 결국 분양주들은 협의체를 결성해 시행사와 소송 중에 있다고 한다. 자구책으로 임대전문 컨설팅회사를 선임해 연 수익률 5% 수준에 임대를 놓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실 상태에서 상가를 매각하기도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처럼 쇼핑몰, 대형 주복상가, 몰링형 상가 등 대형 상업시설 중 불특정 다수에게 점포를 개별 분양하는 분양상가 상당수가 활성화 면에서 실패하고 공실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홍대 스타피카소’, ‘신림동 르네상스’, ‘천호역 나비’, ‘부평 다운타운빌딩’ 등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주요 상권에 들어선 패션 쇼핑몰들은 준공 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상당수 점포가 비어 있거나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 1층은 그런 대로 운영되지만 특히 상층부 점포나 내부에 위치한 점포들, 푸드코트 매장들이 많이 비어 있다. 분양 당시 투자했던 사람들은 장기 공실이 생기자 분양주 모임 등을 만들어 대형 키테넌트 유치 등 다방면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 번 공실이 나거나 활성화에 실패한 상가에는 메인테넌트가 입점하기 어려워 장기간 고통을 받고 있다. 이해 관계자가 수백, 수천 명에 이르기 때문에 개별 소유주 동의를 받기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원역 팅스’처럼 자산운용사가 투자펀드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아 지었다가 문제가 생겨 공사가 지연됐던 사례나 ‘신림 씨엔스퀘어’처럼 시행사 자금 문제로 수년째 멈춰 있는 대형 상업시설도 여러 곳 있다. 이런 곳들은 자체적인 문제도 있지만 인근 상권의 슬럼화를 불러오고 도심 흉물이 되기도 한다.

상가시장의 성패 핵심은 ‘임대료’

쇼핑몰의 경우, 외부 점포가 거의 없이 내부 소형 점포로 구성돼 보세의류점 등이 주로 입점하는데 의류 경기의 장기 부진으로 개인 창업자들이 매장을 내기 어려워졌다. 시행자가 직접 임대 운영하는 상업시설의 경우에는 초기에 임대료 수준을 시세 이하로 낮추고 상당수의 메인 브랜드 유치, 그 후 상가가 활성화되면 임대료를 다시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분양 상가는 일단 내정돼  있는 분양 금액이 정해져 있어 수익률 이하로 임대료를 내릴 수 없어 유명 프랜차이즈를 유치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이 있다.

지난 2~3년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시장을 주도했던 연도형(스트리트형) 상가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스트리트형 상가란 동선을 따라 거리 양쪽에 점포를 배치한 낮은 층수의 상가를 말한다. 초기에는 쇼핑몰·아웃렛에만 적용하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주상복합 등으로 확대되면서 도로 변에 접한 바깥쪽 단지 1층에 상가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역시 높은 임대료다. 점포가 1층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면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쓰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내야 해 상층부에 입점할 수밖에 없는 학원, 병원 등의 업종이나 생활 밀착형 업종이 입점할 수 없다. 세종시, 서울 가재울뉴타운 3구역 등 배후 세대가 많지만 연도 변 단지 내 상가 형태로 구성된 곳에서는 예외 없이 1층 대부분 점포가 공실로 남았고 상권 활성화가 매우 늦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FR인베스트먼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분양했거나 분양 중인 수도권 단지 내 상가와 오피스텔, 주상복합아파트에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 317실 중 132실인 41.8%가 부동산중개업소로 나타났다. 이어 34실(11.2%)을 차지한 마트(편의점), △30실(9.5%)-학원 △29실(9.2%)-배달음식점 △28실(8.9%)-식당 △18실(5.7%)-은행 및 커피숍 △15실(4.7%)-제과점△13실(4.1%)-분식점순이다.

타임스퀘어나 디큐브시티처럼 자체 운영하는 대형 시설들이 키테넌트를 대부분 입점시켜 상가를 살렸지만 대부분 대형 상가가 실패하는  이유로는 역시 분양을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분양을 통한 사업비용 회수보다 장기적으로 상가 활성화 이후를 내다보는 추진 방향이 해당 상업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분양하는 모든 상업시설이 실패할까. 전혀 활성화의 길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들어선 한 복합 상업시설이 한 가닥의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하철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 ‘메세나폴리스 상업시설’은 원래 주상복합 상가다. 규모가 워낙 커서 상가 역시 연면적만 4만㎡가 넘는다.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이 엄청난 규모의 상가를 활성화시켜 분양해야 했다.

일단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 상업시설을 신도림 디큐브시티, 삼성동 코엑스,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같은 몰링형 상가로 콘셉트를 잡았다. 그리고 동선, 설계, 테마, MD 등을 전문가들에게 맡겨 현재의 모습대로 꾸미기 시작했다. 가장 관건이었던 임차인 유치에 있어 공급 주체인 시공사는 본사 인력을 동원,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입점 업종 및 테넌트 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흔히 상가 분양 시장에서는 선분양 후임대 전략을 많이 쓴다. 하지만 메세나폴리스는 철저하게 선임대 후분양 전략을 택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대부분 개발회사들은 일단 상가를 분양하면서 이후의 활성화에는 무신경한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상업시설 전체를 활성화시켜 가치를 높인 다음 제값을 받고 분양하는 쪽을 택했다. 준공 후 1년여가 지난 지금 결과를 분석해보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유형의 대형 상업시설들이 높은 공실률과 더딘 활성화로 고전 중인데 반해 메세나폴리스는 90% 안팎의 높은 입점률을 기록하고 있고 대형할인점, 영화관 등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입지가 떨어지는 점포들은 유명 SPA브랜드를 저렴한 임대료에 입점시키면서 자체 소유로 남겨 놓은 뒤 몇 년 후 다시 분양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에 들어선 센트럴파크1 상업시설도 현재 분양과 입점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지만 메세나폴리스와는 다른 요인이 있었다. 저렴한 분양가격이 해답이 됐다. 신도시 상업시설들이 평균적으로 1층 분양가를 3.3㎡당 3000만~4000만원대로 책정한 상태이다. 하지만 센트럴파크1의 경우 3.3㎡당 1500만~2100만원대로 송도 내에서는 물론 수도권 전체 상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대에 공급했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최근 상가의 분양과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과잉공급과 높은 분양가격이다. 과잉공급되는 지역에 공급되는 대형 상업시설의 경우 무리한 분양 스케줄에 몰두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선임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투자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과감하게 분양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분양회사에 임차인 모집 업무를 맡길 것이 아니라 공급 주체가 직접 관리하고 업종, 테넌트를 철저하고 전문성 있게 통제하여 배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높은 토지 가격과 개발 회사들의 열악한 자금 여력, 전문성 결여 등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시장의 수요 공급 원칙에 맞게 차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도 무리하게 신도시 사업을 많이 추진하지 않으면서 상업시설의 공급량을 점차 줄이는 추세다. 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노력에 동참하고 더욱 면밀하게 시장의 흐름을 살피는 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