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 성공을 거둔 후 각종 강연자로서 단상에도 자주 오르는 개그맨 이승환은 ‘제품의 질’만이 승부수였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초반에는 얼굴 마케팅을 하게 마련인데 그의 경우 매장 안에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전혀 걸지 않았다.

얼마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에 빵집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 빵집 사장은 모두 다섯 명. 자신들을 ‘생계형 아이돌’이라고 소개하는 그룹 카라가 그 주인공이다.

카라가 빵집을 오픈, 운영하는 과정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중계된다. 케이블 방송사 엠넷에서 기획한 것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빵집은 아니다.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일 예정.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 여성그룹 카라 멤버들이 빵집을 오픈했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미 연예인들이 사업을 겸하는 사례가 무수히 많기 때문. 때로는 부업으로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본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극에 주로 출연하는 중견 탤런트 김종결의 경우가 그렇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주신정’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결은 이제 탤런트보다는 대박 난 고깃집 사장으로 더 유명하다.

하루 손님 600명에 이르고, 하루에 소비되는 고기량이 400kg에 달한다. 이외에도 외식업에 진출해 성공한 연예인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홍석천은 이태원서 대박, 배용준은 일본서 대박
서울 이태원에는 ‘홍석천 효과’라는 말이 돈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탤런트 홍석천이 새로 문을 여는 식당마다 큰 성공을 거둬 나온 말이다.

홍석천이 매장을 오픈하는 건물마다 실제로 시세가 상승했을 정도. 홍석천은 건물주들이 모시고 싶어하는 CEO로 알려져 있다. 홍석천은 ‘마이타이’와 ‘마이차이나’등 다수의 식당을 운영하며 3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욘사마’ 배용준은 사업도 글로벌하다. 일본에 한국식당을 오픈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최근에는 도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세이부백화점 본점 지하에 한국 반찬가게인 ‘고시레’의 3호점인 ‘고시레 건(健)’을 열었다.

배용준은 이미 도쿄 시로가네에서 한국 전통음식점 ‘고시레’를, 나고야에서는 한국 전통술집 ‘고시레 화(火)’를 오픈한 바 있다.

배용준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지난해 막걸리 열풍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 국순당에서 만드는 ‘고시레 막걸리’를 판매해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

‘갈갈이 패밀리’로 이름을 알렸던 개그맨 이승환은 이제 CEO라는 칭호가 더 익숙하다. 이승환이 운영하는 벌집삼겹살 프랜차이즈는 매장 수가 260여개, 매출액이 250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부업을 넘어선다. 이승환은 지난 연말 자신이 운영하는 벌집삼겹살 서울 논현점에서 무의탁 노인과 새터민 등 400명을 초청해 무료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통 큰 사회공헌활동을 벌이는 모습에서도 그의 CEO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외에도 배우 선우재덕은 스파게티 전문점 ‘스게티’로 대박을 냈고, 개그맨 팽현숙은 ‘팽현숙의 옛날순대국집’ 프랜차이즈로 성공을 거둔 연예인 CEO다.

김태욱 성공 이후 웨딩사업에 잇따라 진출
웨딩서비스기업 아이웨딩네트웍스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욱의 경우 이제 그가 한때 연예인이었다는 사실마저 잊게 할 정도다. 그만큼 놀라운 사업 수완을 보여준 셈인데 그는 한 설문에서 사업가적 기질이 뛰어난 연예인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올해는 웨딩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 계획도 세우고 있으며, 사업 규모 확장에 따라 7층 규모의 신사옥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기도 했다.

아이웨딩은 취업 희망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회사다. 지난해 초 있었던 신입사원 채용에 1200여명이 몰렸을 정도. 30명을 충원할 계획이었으니 경쟁률로 치면 40 대 1에 달한다.

김태욱이 웨딩사업으로 성공을 거두자 그 뒤를 잇는 연예인들도 생겨났다. 라엘웨딩 대표로 있는 개그맨 박수홍, 알앤디클럽 대표를 맡고 있는 개그맨 권영찬에 이어 배우 최정윤도 최근 웨딩사업에 뛰어들었다.

연예인 CEO의 또 다른 유형은 온라인쇼핑몰을 창업하는 것이다. 이미 남다른 패션감각을 인정받았던 가수 황혜영과 김준희, 백지영과 유리 등이 온라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이수근, 노홍철 등 남자 개그맨들의 진출도 이어졌다.

‘아마이’라는 의류쇼핑몰을 운영 중인 황혜영은 자신의 몸매를 사업에 적극 활용한다. 지난여름 자신의 쇼핑몰에 비키니 화보를 공개해 유인 효과를 톡톡히 본 것. 억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황혜영은 편안하면서도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의 옷들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온라인쇼핑몰 ‘에바주니’를 운영하는 김준희는 미국 LA에 있는 FIDM이라는 패션스쿨에서 패션수업을 받고 있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CEO 김준희의 역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한국 시간에 맞춰 메신저로 결재를 하고, 임원들과는 사이버 미팅을 하는 등 원격 경영을 진행한 것. 김준희는 온라인쇼핑몰을 넘어 의류 브랜드 론칭에도 욕심을 내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 넘치는 패션으로 주목받는 개그맨 노홍철도 ‘노홍철닷컴’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수근도 ‘뉴욕개미’라는 쇼핑몰을 오픈했다.

또 다른 연예인 온라인쇼핑몰 사장으로는 ‘뉴욕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개그맨 박경림, ‘아이엠유리’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가수 백지영과 그룹 쿨의 멤버인 유리, ‘아우라제이’를 운영하고 있는 탤런트 진재영 등이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