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는 추세적 현상, 내년 1000원선도 깨진다

경제에 원화 강세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도 수출 채산성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향후 원·달러환율 추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내년 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연말까지는 1050~1060원대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 후에 내년 중에  1000원선도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24일 연중 최고치(1161원)를 찍고 줄곤 내리막길을 달리다 넉 달 만에 9.1% 떨어졌다. 이렇게 3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원화 강세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 완화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인 6월 한 달 동안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7월 이후 미국 경제지표 개선이 부진하면서 9월로 예상됐던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됨에 따라 달러화의 하락 압력이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 9월 고용지표의 부진과 더불어 연방정부 폐쇄 여파로 인한 4분기 GDP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 등으로 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행이 연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 점이 달러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꼽힌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8월까지 흑자 누적액이 422억7700만달러로, 지난해 2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인의 사상 최대 순매수 행진이다. 주식시장에 외국인들은 24일까지 40거래일 연속 최장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달러 공급줄 구실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는 올 3분기 세계 61개국 주요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4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월 현재 106.76으로 3개월 전에 비해 5.42%나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률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원화가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약세를 유발했던 양적완화 축소 우려의 완화, 유로존 경기 회복 기대, 미국 재정 불확실성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월 들어 유로존 PMI 등 일부 경제지표들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유로존 경기가 2분기를 저점으로 바닥 통과에 성공했다는 기대가 확산돼 유로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은 극적으로 재정 협상을 타결했으나, 시기만 미뤄놓은 미봉책에 불과해 미국 재정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시기까지 연기를 가져와 달러 약세 기조를 연장시킬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월말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꾸준히 출회되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화 강세가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050원대 진입 이후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다”며 “1050원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형성되었던 저점 수준이라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리 등이 이전의 레벨보다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 초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이 재부각돼 다시 환율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양적완화 축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원화 가치가 이미 ‘고평가 단계’에 진입해 있어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향후 변동폭이 크게 확대돼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9월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기균형 수준의 환율보다 4.6~9.5% 고평가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완만한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유럽 경기 반등 그리고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에 원화 자산이 위치해 있어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중계무역과 해외생산의 통계산정 기준 변경, 늘어나는 조선 수주, 기조적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2014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40원, 연중 10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