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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객장에서 동창회 어떠세요?”

강남에 ‘재테크 사랑방’이 생겼다. 증권사 객장이 누구나 찾아와 쉬었다 갈 수 있고 재테크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강남에 위치한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 지점은 인근 주민은 물론 근처를 지나가는 회사원에게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수준급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앙의 라운지에서는 동창회, 송년회, 와인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인근 주민에게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소 대여비, 음식비 모두모두 공짜!

얼마 전 경기여고 동창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참석한 주부들은 이색적인 경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일 오후에 증권사 객장에서 증권사 직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동창회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건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 또한 직원들이 직접 다과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미리 요청하면 지점장이 재테크에 대한 모든 것을 강의해주기도 한다. 장소 대여와 음식비, 강의료는 모두 공짜, 직원 서비스비도 물론 무료다. 행사를 요청했다고 해서 의무적으로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는 강요도 없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동창생들은 모두 실속 있는 모임을 가졌다고 만족하며 헤어졌다.
부띠끄모나코점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골드미스’라는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고 가정의 경제권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등 여성의 활발한 경제참여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현정은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만큼 이례적으로 지점 오픈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지점의 동향을 살피고 주변에 소개하기도 한다고. 이번 경기여고 동창회도 현 회장의 소개로 열린 것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부산사대부고, 서초초교, 미림여고 등 다양한 모임의 동창회와 송년회, 와인 강연이 열렸다. 정규 업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지만 모임이 있을 시에는 9시까지 연장한다.
이채규 지점장은 “금융기관은 5시 이후는 문을 닫는다란 인식이 강해 5시 이후는 고객들이 잘 안 와 안타깝다”고 말하며 “문화와 금융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금융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부띠끄모나코점은 현대증권 지점 중 가장 비싼 6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이 들었는데 꽃, 구름, 돌, 바람을 형상화해 ‘제주’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왔다.
미림여고 동창회 겸 송년회에 참석한 이태주(34세·디딤커뮤니케이션 대표) 씨는 “경기도 어렵고 분위기도 위축돼 있어 많은 비용을 들여 동창회 모임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지중해 모나코의 카페에 온 느낌이 드는 곳에서 무료로 모임도 하고 예상치 못한 재테크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으며, 무엇보다 여성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어 추억에 남을 만한 멋진 송년회가 됐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의리는 더 끈끈해요”

부띠끄모나코점은 여자들의 입소문 마케팅 덕을 톡톡히 봤다.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고 난 후 고객들이 주변의 친구들에게 소개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특유의 정보공유 문화가 도움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띠끄모나코점은 작년 10월16일 오픈한 이래 4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1400억원의 매출, 300계좌라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룹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다. 정주영 회장 대에서부터 내려오던 현대그룹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트렌드를 선도해 가는 이미지’, ‘신선한 이미지’를 얻었다는 평이다.
더불어 일반 PB지점이 고액자산가만 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100만원, 200만원의 소액 투자자에게도 열려 있어 증권사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채규 지점장은 “고객 서비스 부분을 먼저 고려하고 영업적인 부분은 차후로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 현대증권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며 “여성들은 감동을 받으면 자신의 자산을 맡기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 등 주변 지인들을 소개해 주기 때문에 남성보다 적극적이고 의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지점장은 “지점에서 모임이 열리면 금융상품 컨설팅, 증시 전망 설명회 등을 같이 진행한다”며 “지점을 각종 모임 장소로 무료로 빌려주면 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인터뷰>

이채규 부띠끄모나코점 지점장

“남자는 오지마세요”

○ 동창회, 피부미용, 송년회 등 많은 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호응이 좋은 모임은 무엇인가요.
경제가 불황임에도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창회, 송년회뿐 아니라 와인 강좌, 메이크업 강좌, 매주 수요일 무료한방검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와인 강좌, 동창회가 문의도 많고 인기도 많습니다.

○ 지점장이 직접 강의를 한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떤 내용을 말씀하시는지요.
펀드클리닉을 주로 합니다. 펀드에 물려 있는 분들이 많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는 어떻게 재테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는 펀드 환매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2~3년 이내에 2000포인트가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다리시면 원금을 회복할 것입니다. 지금 투자하시는 분들은 길게 3년을 보면 100%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이만한 투자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산투자는 기본입니다. 최근에는 펀드로 손실을 보신 분들이 직접투자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박스권 장세에서 직접투자를 하면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방법이지 주식 초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모임 후에 자산을 맡기시는 고객들이 많은가요.
부자들은 바닥이 확인되지 않으면 당장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로 자산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점에서 100분이 오셔서 한 분이 맡기신다면 저희는 10% 정도는 가입을 하고 가시는 편이라 성과가 좋은 편이죠. 저희 지점의 특징 중 하나가 고객들이 다시 찾으신다는 점인데 일단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저희 지점을 다시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본래의 목적인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의 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금남(禁男)’ 지역은 아니지만 ‘이곳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니 남성은 출입을 삼가달라’는 문구를 입구에 붙여놓기도 했죠. 앞으로도 여성을 위한 특화점포로 남고 싶습니다. 또 건물이 주는 위압감이 있어 젊은 층은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는 더 많은 젊은 층을 유치해 시장을 앞서가는 모습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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