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과 하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극적인 타결을 이루며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상·하원의 합의안은 두 가지를 포함한다. 내년 1월 15일까지 기존 예산안을 연장하는 방안으로 연방정부 셧다운을 종료하고, 2월 7일까지 부채한도를 한시적으로 증액해 디폴트를 모면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재무부는 부채한도(현재 16조7000억달러)에 구애받지 않고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의회 관계자는 “재무부가 ‘비상조치’를 가동하면 그 이후에도 3~4주간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 데드라인이 내년 3월 초로 연기된 셈이다.

또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을 전년 수준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15일까지 적용되는 잠정예산안(법)을 통과시켰다. 이달 초 일시 해고된 40만여 명의 공무원은 17일부터 복귀했다. 폐쇄됐던 국립공원이 문을 여는 등 연방정부 기능도 정상화된다.

민주·공화 양당은 이와 함께 오는 12월 13일까지 세제개혁과 복지예산 조정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본예산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본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또다시 잠정예산안을 편성하면 내년 1월 ‘2차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된다.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은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연방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의 소득자격 기준을 엄격히 정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임시적인 조치이니 만큼 한 분기 뒤에 불확실성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는 불안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급등했고 이튿날 아시아 증시도 올랐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일종의 안도랠리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간선거(11월)까지 정치가 경제를 뒤흔드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셧다운의 경제적 손실이 240억달러에 이르고 4분기 경제성장률이 0.6%p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셧다운 와중에 벌어진 이번 디폴트 위기의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 연말에는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양적완화(QE) 축소(Tapering)도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Tapering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재정협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동일한 이유에서 새로운 부채한도 재조정 이후 시점으로 Tapering이 늦춰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해외요인 상에서 연내 금리 급등을 유발할 재료는 소멸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