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누시스]
중국과 영국이 손잡았다. 한때 세계 금융도시로 위상을 떨쳤던 영국은 중국 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로 재탄생하면서 과거 명성을 되찾고, 중국은 영국을 발판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한층 더 속력을 낼 수 있게 됐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마카이 중국 부총리와 만나 중국 국유은행들의 런던 진출 진입장벽을 낮추고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와 파운드가 직접 거래될 수 있도록 합의하는 등 양국 금융ㆍ경제 협력을 한층 더 견고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간 중국 은행들은 유럽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지만 까다로운 금융시장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앞으로 영국이 관련 규제들을 완화해줌에 따라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5개의 국유은행들이 영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간 해외 은행이 영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의 현지 법인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앞으로 지점만 설립해도 영국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법인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런던 금융기관에서 위안화로 중국 주식과 채권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중국신문망은 이와 관련 “중국 또한 영국 금융기관에 800억위안(약 14조원)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II)’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중국 본토로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까다로운 규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RQFⅡ 자격이 주어진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중국 A주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오스본 장관은 방중 기간 중 많은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과정에서 런던이 핵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국은 중국과 홍콩 지역 밖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해 1월 위안화 역외 거래 규모에서 영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4%를 기록했던 것이 현재 62%까지 증가했다. 게다가 향후 위안화와 파운드가 직접 거래되면서 달러, 엔, 호주달러에 이어 위안화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네 번째 통화가 된다.

FT는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영국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에는 속내가 따로 있다”며 “이는 영국 내 중국 자본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국 간 경제 협력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스본 장관은 이번 방중으로 거액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맨체스터공항 상업지구 조성에 중국의 투자 유치를 성공시켰다. 이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도 영국에 1억2500만파운드(약 2100억원)를 투자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윈-윈’ 전략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