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3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재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

금호그룹은 3년 전 대우건설을 무리한 가격으로 인수를 했고 이는 ‘승자의 저주’가 되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워가던 금호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이라는 공룡 건설사를 손에 쥐어 봤다는 추억만을 남긴 채 알짜 계열사인 금호산업을 내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갈 처지에 놓여있던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인수되면서 금호산업과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됐다.

최근까지 벼랑 끝에 내몰려 저승문 앞까지 내몰렸던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안도하고 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성장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금호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은 3년 만에 갈렸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던 금호그룹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호산업을 필두로 그룹 전반에까지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호산업, 워크아웃 결정…풍전등화 위기
금호산업은 다른 계열사와 함께 기업회생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비롯해 정상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불가능해 주택사업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

또 관급공사 등 수주 영역 축소도 불가피해졌다. 워크아웃이 결정된 이후 금호산업 내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임직원 대량 해고 등 수순이 남아있다는 흉흉한 소문만이 난무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구조조정 첫 단계로 명예퇴직, 임금삭감 등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구 노력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기업을 살려내야 한다. 이연구 금호산업 사장은 사내의 이 같은 분위기를 빨리 수습하고 내부 결속 등을 통해 2010년을 위기탈출을 위한 자구 노력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인수되면서 3년 만에 다시 채권단의 품으로 돌아갔다. 반면 금호그룹의 주력 계열사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와 함께 워크아웃을 신청, 재기를 모색하게 됐다

대우건설, 저승 문턱에서 기사회생
대우건설은 지난 10년간의 위기돌파 경험을 살려 재매각이라는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호그룹과는 달리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의 이번 채권단 인수 결정은 기업가치 제고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건설사도 없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2002년 3월) 및 졸업(2003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 피인수(그룹 계열사 편입 2006년 12월) 등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옛 대우그룹의 모태인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은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넘어갔고, 대한통운 인수 당시에도 인수 주체로 나서 재무구조가 나빠지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은 지난해까지 3년간 시공능력 평가 1위 자리를 지켜왔고, 매년 신규 수주량과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을 정도로 건설업계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5조9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도 1580억원으로 상당히 안정된 경영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실현 가능 범주 내 공격경영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그동안 매각 진통을 겪어오다 산업은행에서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내심 산업은행 주도 사모투자펀드(PEF)에 인수되는 쪽을 희망했던 노조 등 산업은행 PEF에 인수되는 상황이 대우건설로서는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노조 등은 그동안 꾸준히 사모펀드 인수 후 매각, 금호그룹 경영권 배제 등을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외국 자본에 우량기업이 넘어가지 않게 된 것은 우리로서는 큰 행운”이라며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와 우리사주조합이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회사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위기를 기회로 살리겠다는 각오다. 올해 불투명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현금흐름 우선 경영을 이어가고 목표는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격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협상자 법적 대응 등 풀어야 할 난제
하지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남아있다. 바로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밝히자 기존 우선대상자 중 한 곳인 TR아메리카컨소시엄(TRAC)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TRAC 측에서는 산업은행이 M&A의 통상적인 국제 관행을 무시했다고 비난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발이다.

TRAC가 인수키로 한 금액은 주당 2만원. TRAC 측은 금호그룹 측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인수가격을 올리고 전날까지 인수 의지를 피력해 왔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협상대상자였던 자베즈파트너스(Jabez Partners)는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의 투자확약서(LOC) 확보에 실패한 후 지난주부터 금호 측과 협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