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이 좁게 느껴지는 것은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표 업태들에서 성장한계 조짐이 보이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해외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로 통용되고 있다. 대표 유통업계들인 신세계와 롯데를 필두로 유통업계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용진호’가 닻을 올리면서 해외 진출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

정 대표는 부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이마트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데다 최근 경쟁사 롯데가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에도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해외 사업의 핵심은 중국이다.

이마트는 2002년부터 중국 사업 재추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고, 2004년 상하이에 2호점인 루이홍점(瑞虹店)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점포 출점을 재개했다.

2008년도에는 베이징을 비롯한 8개, 2009년에는 톈진 2개점,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에 각 1개점씩 총 5개점을 오픈했다.

이마트는 공격적인 출점을 위해 2007년 10월 중국의 10대 부동산 회사인 뤼청그룹과 이마트 출점을 위한 전략 동맹 협의를 맺었다.

뤼청그룹이 개발하는 상업용 부동산에 이마트를 우선적으로 입점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이마트의 중국 전역 공략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상대로 프리미엄 할인점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중산층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마트 선택 기준이 저가 상품이나 접근 편리성 등만이 아니라 상품의 품질이나 쾌적한 쇼핑 환경, 수준 높은 서비스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계산이다.

이마트-롯데마트 해외서도 경쟁
현지화 전략도 해외진출 성공의 관건이다. 이마트는 2006년 7월 중국에 있는 외국계 대형마트 중 최초로 모든 점장을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해 현지화를 시작했다.

2008년 2월에는 한국에 있던 중국 본부를 중국 현지(상하이 창장점)로 완전 이전해 현지화를 더욱 강화했다.

중국 시장 진출은 단지 중국에서의 사업뿐만 아니라 중국 소싱을 통한 국내 이마트의 상품 및 가격 차별화 경쟁력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상품에 대한 고급 이미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한국 이마트에서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상품과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신세계는 앞으로 당분간 중국 시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한 국가의 상권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향후 해외 진출의 큰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10년 하반기 상하이시 인근에 냉장냉동 상품과 신선식품 가공이 가능한 2차 물류센터 오픈을 계획 중이며, 지속적인 출점을 통해 2013년까지 중국 전역 29개 주요 도시에 88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 행보는 훨씬 적극적이다. 2009년 12월 말 기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3개국에 진출해 있다.

특히 2007년 12월 중국 마크로(Makro), 2008년 10월 인도네시아 마크로(Makro), 2009년 10월 중국 타임스(Times)를 연이어 인수함으로써 2009년 12월말 기준 해외 3개국에서 86개(슈퍼마켓 제외, 중국 66개, 인도네시아 19개, 베트남 1개)의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총 86개의 해외 점포 수는 국내 점포 수보다 더 많아 글로벌 유통업체로서 성장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 수는 69개. 롯데마트는 향후에도 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출점을 가속화해 아시아 유통시장에서 1등 유통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중국.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중국 마크로의 8개 점포(베이징 6개, 톈진 2개)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지난해 3월에 칭다오시 청양구에 스스로 부지를 확보해 중국 9호점인 청양점을 오픈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칭다오시 라오산구에 그린필드 방식의 두 번째 점포이자 중국 10호점인 라오산점을, 11월에는 베이징시 펑타이구에 11호점인 꽁이시챠오점을 오픈했으며, 진출 지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전망.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점포 55개(슈퍼마켓 10개 제외)를 인수했다. 12월 말 기준으로 기존 점포를 포함하면 중국에서만 대형마트 66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중국 대형마트 시장에서 14위권에 해당한다.

백화점·홈쇼핑, 러시아·인도 진출 봇물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대형마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롯데는 국내 최초로 백화점을 해외에 진출시켰다.

롯데백화점의 해외 1호점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모스크바 크렘린 궁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모스크바점은 ‘롯데플라자’라는 이름으로 백화점 외에도, 호텔, 오피스 등이 들어서 있는 복합단지 내에 있다.

해외 2호점은 중국 베이징에서 오픈했다. 국내 백화점 중에 최초로 중국에서 문을 연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은 중국 기업인 은태(銀泰)그룹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이루어졌다.

2008년 8월 문을 연 베이징점은 개점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특수로 인해 일평균 방문객이 1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베이징점의 순항에 중국 내 2호점이자 해외 3호점인 톈진점을 2011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다. 톈진점은 롯데백화점이 중국에 단독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이다.

국내 홈쇼핑사들의 인도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아직 홈쇼핑 초기 단계인 인도 시장을 겨냥해 GS샵과 CJ오쇼핑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CJ오쇼핑은 2010년 초에 인도에 합작 형태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GS샵과의 해외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