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시가잭, 룸미러 사라지고 ‘스마트폰’ 하나로 ‘OK’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IT기술이 총 집약된 스마트폰 경쟁으로 인해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스마트폰 시대가 바로 눈앞에 도래한 셈이다. IT의 무서운 진화속도에 글로벌 자동차업계도 사활을 건 혁신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BMW 뉴 5시리즈에 탑재된 컴포트액세스(사진제공=BMW코리아)

지난달 독일에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타이어회사 콘티넨탈이 선보인 ‘서라운드뷰’가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서라운드뷰는 4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시스템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자동차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경험한 사람들은 ‘타이어 회사가 IT기술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대해 엘마 데겐하르트(Elmar Degenhart) 콘티넨탈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무사고, 현저한 연료 소비 절감, 스트레스 없는 주행은 더는 꿈 같은 일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일이 됐다”며 “한때는 기술 개발 후 상업적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기까지 12년이 걸렸으나, 오늘날에는 3년도 채 걸리지 않고 있어 콘티넨탈은 2025년까지 우리 모두가 기대할만한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혁신은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전격Z작전>의 ‘키트’를 가능케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에서 기존에 중요하게 사용돼왔던 기능을 혁신적인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바꾸거나 아예 기능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어봉과 시가잭이 없어졌다

올 뉴 링컨 MKZ에 탑재된 버튼형 기어(사진제공=포드코리아)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링컨의 MKZ를 타본 운전자는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멈칫 놀란다. 다른 차량들을 보면 보통 중앙 콘솔 부분에 기어레버가 있는데 MKZ는 그곳에 수납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콘셉트카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아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 구역) 좌측부에 버튼형으로 변경했다. ‘P·R·N·D·S’ 등의 변속을 기어레버가 아닌 버튼형으로 바꿔 공간의 활용성과 함께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현대차는 시가잭을 없애고 승용SUV 전 차종에 차량용 충전기를 기본 탑재됐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도 ‘시가잭’을 버렸다. 차량 내에서 스마트기기와 내비게이션 등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던 ‘시가잭’을 버리고 대신 USB전용 충전키트를 탑재했다. 현대차는 사회 전반에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며 흡연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시가라이터를 실제로 이용하는 고객이 급감하고 있다는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가라이터 대신 활용률이 높은 USB 충전기를 탑재했다. 현대차가 제공하는 차량용 USB 충전기는 기존 USB 단자 대비 충전속도가 7배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며, 스마트폰 기준으로 통상 1시간 정도면 완충된다. 특히 현대차는 신규 USB 충전기에 과부하 보호 회로, 전자파 보호 회로 등 신뢰성과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는 특수회로를 적용했으며, 품질문제 발생 시 일반부품과 동일한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룸미러와 계기판, 인텔리전트 드라이빙을 위해 변신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스테레오 다목적 카메라(Stereo Multi-Purpose Camera)’라는 시스템이 2014년형 E클래스에 탑재됐다. 차량의 앞 유리창 룸미러 부근에 위치한 스테레오 카메라는 차량 주변을 촬영해 반경 50m 이내를 3차원 입체 화면으로 만들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시각적 정보를 분석해 여러 보조 시스템들이 주행 중 필요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스템이 확대되면 현재 준대형급 이상 차량에 탑재돼 있는 사각지대 보조시스템과 결합해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대체할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텔리전트한 드라이브가 가능해져 시스템 창 하나만으로도 주행 중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볼보자동차의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더 뉴 S80 T6 익스큐티브’에 장착된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차량용 계기판의 진화다. 고해상도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각종 운행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다.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시인성을 갖춘 계기판은 이제 속도나 출력 등을 체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세 가지 모드를 통해 운전자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계기판을 바꾼 셈이다. 퍼포먼스(PERFORMANCE), 엘레강스(ELEGANCE), 에코(ECO) 등 세 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주행정보는 물론 사진을 삽입하면 나만의 차량용 액자로 변신한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기판도 이제 개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비싼 내비게이션 버리고 내 스마트폰으로

새로 차를 구입하면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 망설이는 운전자들이 많다.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선뜻 돈을 지불하기가 쉽지 않다. 쉐보레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로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인포시스템과 달리 2년 기준으로 5만원만 내면 된다. 운전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한다. 지도 데이터를 어플리케이션 안에 모두 저장하는 브링고는 목적지 검색 시마다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는 여타 내비게이션 앱과 달리 어플리케이션 구입 후 내장 데이터만 이용하면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들지 않는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으로 주요 기능은 음성인식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사라지고 나만의 앱을 갖춘 시스템이 내 차를 통제하는 날이 눈앞에 와 있다.

무거운 짐으로 인한 고민도 ‘안녕’

무거운 짐을 손에 잔뜩 들고 있을 때는 차량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차량은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문을 연 뒤 다시 짐을 들어야 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짐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호주머니 속에 있는 차량 키를 꺼내 도어락을 해제하기가 쉽지 않다. 발로 여는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란 기능은 이스케이프에 동급 모델 중 처음으로 적용된 기능으로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이 기능은 최근 출시된 BMW 그란투리스모에도 탑재된 기능으로 같은 기능에 이름은 ‘컴포트 액세스’라고 붙였다. 주로 SUV 차종에 탑재되는데 게임기의 모션 인식 기능을 응용해 트렁크 아래에 발을 슬쩍 밀어 넣었다 빼면 자동으로 리어 게이트를 여닫을 수 있다. 오너의 키에 맞춰 사전에 게이트의 열리는 높이를 세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키를 몸에 지니고 있거나 갖고 있을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트렁크 바닥에 다닐 때 열리는 일은 없다. 최근에는 차량 키가 스마트키로 지급되고 있어 키가 없어도 차 문을 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꿈의 차’가 나오면 핸들, 액셀, 브레이크는 영원한 이별

전문가들은 자동차에서 사라지는 기술들이 ‘꿈의 차’라 불리는 무인자동차의 시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자동차는 핸들,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등이 사라지고 최근 출시한 갤럭시 기어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속도 제어, 자동 응급브레이크, 차선이탈 경보 등의 첨단 운전보조장치를 탑재한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어려운 일은 아니고 시간싸움일 뿐이다. 이러한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들은 완전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선보이기 이전에 이른바 준자율주행자동차가 먼저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지금도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주차보조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LDWS) 장치 등을 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존재하기 때문에 드림카는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 앞에 선보일 수 있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와 마찬가지로 리모트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는 차량 개발로 스마트폰 하나면 차의 주행을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한 기능이 드라이버들의 운전하는 재미를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너인 다임러AG의 디터 제체 회장은 한 행사에 참가해 “다임러는 교통체증처럼 운전을 지루하게 하는 요소들은 자동화하고 싶어하지만, 운전을 재미나게 하는 부분들은 ‘절대로’로 자동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체증을 방지하기 위해 내비게이션과 차량제어기술이 하나된 자동주행 기능은 발전시켜야 하지만 드라이빙의 재미를 축소시키는 그 어떠한 기능도 감소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디터 제체 회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