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로봇의 반란’이 시작될 전망이다. 시각과 촉각뿐 아니라 학습능력까지 갖춘 고가의 휴머노이드에서부터 중국 최저임금보다 낮은 인건비에도 아무 불평 없이 일하는 저가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용 로봇이 중국 노동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의 굴뚝’이라 불리던 중국의 제조업 공장에서 로봇이 인력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인구 고령화와 가파른 임금상승, 단순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젊은 층이 중국 내 로봇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자기기 납품 공장의 자동화 수요도 중국 로봇 수요 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로봇협회(IFR)는 중국의 산업용 로봇 출하량이 지난해 2만6000대에서 오는 2015년에는 3만5000대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여타 외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빠른 속도다. WSJ는 “중국 기업들이 제조업 공장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 로봇 기술이 중국 시장을 확 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내 로봇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로봇 제조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세계적 로봇 제조업체인 ABB와 쿠카뿐 아니라 대만의 델타일렉트론 등 아시아 로봇 제조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제조업체 ABB는 리프로그래밍이 쉽고 부상 위험이 낮은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ABB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한 팔에 관절이 7개가 달렸을 뿐 아니라 작업 중에 사람과 접촉할 경우, 바로 작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는 “현재 이런 로봇들은 공장 근로자들에 비해 훨씬 비싸다”며 “하지만 중국 내 임금이 매년 두 자릿수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로봇과 인건비 사이의 갭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에 전원 어댑터를 공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델타일렉트론은 오는 2016년까지 관절 4개가 달린 한 팔로 부품을 옮기고 조립하는 중저가 로봇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관련 로봇은 현재 시험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일렉트론의 옌시 하이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중국 내 자동화 트렌드는 이미 예정된 사실”이라며 “관건은 로봇의 가격을 어떻게 낮추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델타는 로봇 부품의 3분의 2를 직접 제작하고 있어 충분히 저가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중국의 폭스콘은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당분간 아이폰 등 기기 조립을 110만 명이 넘는 인력에 계속 맡길 예정이다. 당초 폭스콘 관계자들은 “내년까지 공장에 100만 대의 로봇을 들일 계획이었으나 관련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중국 내 로봇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로봇자동화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로봇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여전히 정교한 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WSJ는 “전자기기는 제품 수명 주기가 짧은데 그때마다 로봇을 리프로그래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사람은 해고할 수 있지만 로봇을 그럴 수 없어 오히려 비용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