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신기록 행진 속 外人자금 밀물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치가 어느 수준까지 강세를 지속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의 강세는 10월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저점인 1달러 1050원선을 하회할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에서 횡보하면서 하락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24일에는 1074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5월 8일 1084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이고, 1070원대로 회귀한 것은 지난 2월 20일 이후 8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배경은 ▲9월 FOMC의 미국 양적완화(QE) 시기 연장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으로 인해 달러화가 약세 압력을 받았고, ▲중국 경기지표(HSBC 제조업 PMI)의 개선세라는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며 원화강세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7월 S&P/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12.4% 상승했다. 또 9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79.7로 전월에 비해 2.1p 반락하며 컨센서스는 소폭 하회했다. 이 같은 미국 지표 부진으로 양적완화 축소 지연 연장에 힘이 실리며 달러화 매도세가 유입됐다.

여기에 경상흑자라는 내부적인 요소도 원화강세에 힘을 보탰다. 한국 경상흑자는 1~7월 누적 365억4000달러에 달한다. 현재 속도라면 연간 600억달러 이상의 경상흑자를 기록하며 통계 편제 이후 연간 최대 경상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최대 경상수지 흑자액은 2012년에 달성한 431억원이다.

QE 축소 시기가 지연되고, 중국 경기가 개선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당분간 원화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강세가 타 신흥국 대비 차별화된 한국의 펜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원화강세는 긍정적인 요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원화강세가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보면 과도한 원화강세는 한국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원화강세는 국내 생산품의 가격을 높여 타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음 달에는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고, 만일 인상이 결정되면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로 인한 추가적인 원화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원화강세 구도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지속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과 환율 결정력이 동시에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경상흑자가 원·달러 환율 안정을 뒷받침할 요인이기는 하나 금융시장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경계가 필요가 있다.

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QE 축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2014년 미국 잠정예산안 확정 및 채무한도 상향 문제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등이 원·달러 환율 반등을 지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세 지속으로 상단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흑자 요인만으로 10월 중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선까지 하락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까지 고려한다면 그 아래로도 오버슈팅이 가능하다. 미국 유학파는 달러약세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달러 매수 적기다. 하지만 수출입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원화강세는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