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는 척추의 관절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본래의 위치에서 탈출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흔히 발병한다.

‘허리 디스크’는 크게 노화가 오는 경우나 외상으로 무리가 생겼을 경우 발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잘못 누적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자세는 무엇이고, 허리를 지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 허리 디스크, 나이보다 생활습관이 더 큰 문제
그냥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한 거죠.”

베테랑 주부 이혜정 씨(45세)는 지난 추석 이후부터 다리가 심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피곤하면 다리가 저리기도 하고 만성적으로 허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주위 또래들이 으레 그렇듯 이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고3 아들의 학부모 모임에 가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크게 넘어져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당시 이 씨가 신었던 구두는 굽이 다 부러졌고 그녀는 바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병원을 찾은 그녀는 심각한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

배준석 우리들병원 과장은 “척추의 몸통뼈 사이에 디스크(추간판)이라는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과 척수를 눌러 생기는 ‘허리 디스크’는 퇴행성 병변으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생활습관에 따라 젊은 층 사이에서도 ‘허리 디스크’의 유병률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이혜정 주부 같은 경우 소위 ‘디스크가 터지기’ 전까지의 전조 증상이 꾸준히 나타났었음에도 이를 무심코 넘겨버린 것이 허리 디스크를 더 키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허리 디스크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무려 2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이혜정 주부 같은 경우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그녀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 특히 식사 후 허리를 굽혀 설거지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방바닥을 걸레질하는 등의 모습들은 주부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자 모두 허리에 부담을 주는 일련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 무심코 하는 행동이 ‘허리 디스크’ 불러와
실제로 상체를 20도 정도 구부린 채 설거지를 하게 되면 체중의 두 배쯤 되는 힘이 허리에 쏠리게 된다. 또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숙여 무거운 물건을 들면, 체중의 3~4배에 해당하는 무게가 허리에 쏠린다고 한다.

배준석 과장은 “‘허리 디스크’는 허리 근력이 약하거나, 허리를 무리해서 쓰는 사람, 비만과 과체중, 흡연자 등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며 “추간판이 어떤 신경을 누르고 있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곳에서 찌릿하게 통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어 “허리 디스크는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휴식과 물리치료, 체중 조절, 근력 운동, 자세교정 등을 통해 허리가 더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라며 “만약 심한 다리 통증이 생길 경우, 일단 움직임을 줄이고 안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리 감각이 떨어지거나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빠지는 경우는 응급상황이므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 디스크’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신경근 손상으로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까지 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

배 과장은 “수술이 필요한 디스크 환자는 전체 환자 중 열 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비수술적인 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꼭 필요한 경우 수술을 받지 않았을 때는 후유증을 남기게 되므로 이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만, 하지 감각 및 신경 장애, 성기능 장애 등의 응급상황이나 6주 이상 충분한 보존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를 받아도 호전이 없는데도 비수술 치료만을 고집하고 수개월 이상 통증을 참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일반적으로 ‘허리 디스크’의 보존적 치료 방법으로는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열찜질, 보조기 착용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주부들의 경우 비질, 걸레질, 청소기 등을 사용할 때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긴 자루의 도구를 쓰고,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낼 때는 발 받침대를 이용해 허리가 젖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또 폐경기 이후 호르몬의 불균형 상태가 나타나면 뼈에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칼슘을 미리 챙겨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길을 걸을 때는 너무 높은 하이힐을 신게 되면 체중이 쏠리므로 지양하고 허리 가슴 목 머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걷는 것이 좋다.

배준석 과장은 “허리 디스크 수술 이후 재발 확률은 대개 5% 미만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은 수치나마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에 무리가 되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을 통해 허리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움 글/사진 배준석 우리들병원 제2척추진료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