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이 기업어음(CP)과 관련한 불완전판매로 줄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동양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손절매와 소송에 나서고 있는 것.

형제사(社)인 오리온 그룹이 지난 23일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며 동양증권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기가 3개월 미만 남은 동양 회사채 256, 257, 258 등의 가격(장내거래)은 지난 23일 이후 눈에 띄게 변동하고 있다. 오는 30일이 만기인 동양256은 지난주 화요일 9810원으로 마감했지만 이주 월요일인 23일에는 73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24일에는 6100원까지 떨어졌다가 25일에는 7890원으로 반등하며 마감했다.

만기가 11월 4일로 시간이 좀 더 남아있는 동양257의 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주 8890원으로 마감했지만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진 추석 연휴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25일 종가기준으로 4988원까지 떨어졌다.

12월7일이 만기인 동양258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지난주 8300원에 마감했지만 25일 종가는 4000원까지 밀렸다. 2011년부터 저축은행 파산 사태의 악몽을 겪은 투자자들이 동양증권도 저축은행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손절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줄 소송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에 접수되는 동양증권 관련 피해사례 건수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26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동양증권 CP·회사채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접수를 실시한 결과 200여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26일 기준, 사이트에는 민원상담으로 180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등록돼 있고 전화 문의 등도 빗발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그룹 CP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3700억원 가량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번에 접수된 금융소비자 피해사례를 토대로 집단 소송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부터 동양증권이 관리하는 자산 중 특히 동양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의 판매·운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양증권의 CP 불완전판매가 적발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및 금융당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수입 구조, 자금 보호를 위한 이중 안전장치 등을 고려할 때 견란구시야(見卵求時夜)의 행보임에 틀림없다.

최근 동양증권은 자체적으로 최근 1~2년간 부진한 증권업황에 대응해 지점 대폭 축소 등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 종금 사업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자산도 업종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충당금 적립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유동성 위기를 언급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투자자 자금 보호 장치로 은행권에 ‘예금보험 기준’이 있다면, 증권계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있다. 현행법에 증권사는 고객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NCR의 최저한도를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당국이 NCR이 250% 이하로 떨어진 증권사에 대해 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최저 기준으로 NCR이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경영 개선 명령을 하게 된다. 위험 선(先)방지책인 셈이다. 26일 기준 동양증권의 NCR은 336%을 기록, 최저 기준보다 3.3배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자금 타기관 예치 + 예금자 보호라는 이중 안전장치도 튼튼하다. 동양증권의 CMA을 보면 CMA-MMW와 MY W는 당사와 관계없이 한국증권금융에 예탁되어 100% 안전하게 관리되고, CMA-RP는 국공채 등 우량채권에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W-CMA통장 자동투자상품 미지정계좌는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게 된다.

증권사가 약정 이율을 줘야하는 ELS/DLS 등 금융상품에 대한 보장책도 있을까. ELS/DLS는 고객에게 들어온 자금과 증권사 자기자본(PI)을 별도 펀드로 분리하여 운용하며, 랩 상품은 주식·채권이 각기 분리되어 상품별로 예치기관에 예치된다.

이 밖에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이 보장하고, 주식·신탁·채권은 투자자 자금을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에, 펀드는 수탁회사(은행)에서 보호하고 있어 안전하다.

더불어 증권업종은 비즈니스 특성상 증개(Brokerage) 업무 및 수수료 수익이 주된 수익원이기 때문에 증권사 자체적인 부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산업이다. 다만 종종 자기자본투자(PI) 및 자기자본매매(Prop. Trading)에서 발생되는 손실에 의해 건전성 이슈가 불거지곤 했다.

증권사들의 충당금 적립 이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를 중심으로 가장 많이 집중됐지만 최근까지도 LIG건설 및 STX팬오션 등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