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들여다보니 ‘중극장’이 보였어요”


영화 배급업체들은 ‘문화 콘텐츠’의 월마트를 지향한다. 영화 소비자들이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또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 그들의 ‘비교우위’다. 동시 상연관수를 늘리고, 주변 상권과 묶어 ‘테마파크화’하는 것도 이러한 포석의 일환이다. CJ CGV는 레드오션으로 바뀐 배급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키워드로 ‘여성’에 주목했다. 영등포지역의 여성들을 포커스 그룹으로 삼아 시장조사를 펼친 끝에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중극장 ‘CGV아트홀’과 ‘펍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시장 판도를 뒤바꿀 태세이다.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CGV의 ‘여성 특공대’를 정밀 취재했다. <편집자 주>

‘아침 8시 출근, 그러나 퇴근은 새벽 1시….’
CGV 공연기획팀 여성 직원들의 하루 업무시간이다. 지난 6월 결성된 공연기획팀은 CGV가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인 ‘CGV아트홀’과 복합 엔테테인먼트 공간인 ‘CGV 펍 프로젝트’를 오픈하면서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는 전담팀이다.

4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이 팀의 역할 덕분에 지난 9월 오픈한 영등포의 CGV아트홀과 펍 프로젝트에는 연일 직장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은선 팀장은 “스타일리시한 공연을 즐기기를 원하는 것이 바로 여성 소비자들”이라며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과 공연, 그리고 인테리어.

이 세 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기획팀이 추구하는 공연장 문화는 이전의 패러다임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인테리어와 음식메뉴에 있어 철저히 여성들을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문화공연을 보면서 맥주와 건강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게스트로 펍인 ‘CGV 펍 프로젝트(Pup Project)’에는 인테리어에 팝 아트를 가미해 여성 소비자들에게 문화체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2030(20~30대) 여성들’을 겨냥해 최근의 트렌드를 가미한 다양한 팝 아트를 펍 안에 선보였고 액자나 벽면 디스플레이 등도 설치해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점을 파괴시켰다.

여기에 DJ를 고용해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별해 들려주는 섬세함도 보여주고 있다. CD 음악을 틀어주는 일반적인 선술집과는 분명히 차별점을 드러내는 대목.

먹을거리에서도 ‘펍 프로젝트’는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기존의 호프집들이 튀김류 위주의 냉동식품을 많이 쓴다면 CGV의 펍에는 철저히 건강식 위주로 메뉴가 마련돼 있다.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신경 쓰며 칼로리를 따진다는 점을 최대한 배려해 기름기를 뺀 닭요리라든가 피부에 좋은 음식메뉴를 만드는 등 건강과 미용을 고려한 메뉴 짜기에 고심한 것이 그러하다.


여성 겨냥한 중극장, 저렴한 가격대 ‘주효’
‘펍 프로젝트’에서 여성들의 취향을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한다면 ‘CGV아트홀’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배려의 문화’가 엿보인다.

우선 아트홀의 좌석수와 가격 수준이 기존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의 공연과 비교된다. 현재 아트홀은 좌석수가 500석의 중극장으로, 대극장의 공연에서 보는 거리감을 해소한 데다 소극장의 답답함을 없애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그동안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러 갈 경우 ‘스탠딩식’의 공연이 많아 시종일관 일어선 상태에서 관람해야 했고,

또한 체육관에서 관람할 때처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환경에서 무대를 주시해야 했던 불편함을 여성들이 많이 느끼는 점을 철저히 배려해 CGV아트홀에는 안락한 환경에서 공연에 빠져들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었다.

앞 좌석과의 간격을 기존 공연장에 비해 크게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티켓가격이 일반 콘서트 홀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역시 아트홀의 매력 중 하나다.

현재 일반석의 경우 5만5000원, 로열석은 7만7000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일종의 스탠딩 콘서트와 디너쇼의 중간 격에 맞는 티켓가격과 공연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9월 열린 ‘러브 콘서트’에서는 신승훈, 조성모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단돈 1만원에 고객들이 보도록 했다.

복합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고 있는 ‘펍 프로젝트(왼쪽)’와 중극장 ‘CGV아트홀’



공연내용에 있어서도 철저히 여성을 배려했다. 공연을 이끌 뮤지션 구성을 보면 에이트, 신승훈, 이현우, 에픽하이, 스윗소로우, 조성모, 봄여름가을겨울, 김형중 등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들을 주로 내세웠다.

아트홀의 공연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안지선 대리는 “공연을 보고 난 후 앞으로 무대에 올랐으면 좋을 것 같은 뮤지션들을 설문조사를 통해 많이 체크한 후 결과를 최대한 다음 공연 스케줄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공연기획팀의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지난 9월 ‘러브 콘서트’ 당시 유료객석 점유율이 100%를 차지했으며, 가수 신승훈 씨의 공연시는 예매시작 1시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기도 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아트홀과 펍 프로젝트를 찾는 소비자들, 특히 직장 여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은선 팀장은 “아트홀과 펍 프로젝트는 CGV가 추구하는 문화·공연 패러다임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간주하며

“공연장이 공연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공연장 자체에도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특히 2030들을 위한 ‘놀이터’ 개념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예전의 고객들이 영화만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공연과 음식, 방송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우머노믹스의 전사’들로 그려지는 이들 여성 전문 마케터 4인방들의 2010년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