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기준금리를 2.5%로 재동결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동안 동결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규모 증가 → 금리 인상 수순으로의 진행이 예견된 상황에서 우리·외한은행 등 8개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려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월 17~18일로 예정된 FOMC에서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이하 연준)는 채권 매입 규모 축소(Tapering)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2014년 예산안과 정부 부채 한도 협상은 10월 중순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10월에도 금리와 관련해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규모 확대와 금리 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시장의 관심은 10월이 아닌, 중기적인 통화정책 방향에 쏠려 있다. 연준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 100~150억달러 수준의 작은 규모로 축소를 시작해 2014년 중반까지 고용지표 동향에 따라 축소 규모를 조정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모기지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지표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MBS(주택저당증권)보다 국채 매입 규모 축소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9월 FOMC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단기 강세 가능성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2016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시장의 일반적인 기대는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라 한국은행이 점차 통화 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통화 완화는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QE가 종료되기까지 축소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이므로 9월 FOMC 확인에 따른 채권시장 강세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0월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채권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 은행들은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출 금리를 독자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조사 결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5월부터 2.5%로 동결시켰음에도, 은행권에서 눈치전을 펴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었다.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4.6%로 전월 대비 8bp 상승했다. 은행별로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신용등급별 금리(이하 대출금리) 변동 현황을 보자. 17개 은행 중 농협, 대구, 산업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8개 은행이 5월 이후 인하했던 대출금리를 7~8월 들어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농협은 5월 3.79%였던 대출금리를 6월 들어 3.58%로 내렸지만, 7·8월에 각각 3.62%, 3.77%로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5월 3.92% 평균 금리를 유지했던 대구은행도 7월까지 3.62%로 내렸지만, 8월에 다시 3.72%로 올렸고, 전북은행·한국씨티은행도 6·7월 동안 금리를 인하했다가, 8월 중 인하폭을 회복했다.

5월 금리에 비해 8월 금리가 더 상승한 곳도 있다. 외환은행은 5월 3.81%였던 금리가 7월까지 3.96%로 큰 폭으로 올랐다가 8월 3.87%로 조정했다. 또 8월 중 가장 높은 대출금리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5월부터 8월까지 3.87%→4.14%로 금리를 인상했고, 한국SC은행은 같은 기간 3.85%→3.90%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