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속도, 민간소비 활성화에 좌우”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3高가 걸림돌


우리나라 경제가 기대 이상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반등 시점이나 회복속도 면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한 모습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국내 경제는 우려했던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 없이 위기를 탈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경제흐름은 어떨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기본적인 흐름과 한국 경제의 차별적인 흐름을 구분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제가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의 충격에서는 벗어났지만 정상화와는 여전히 거리가 먼 상황이다. 지금은 사고를 당한 환자를 중환자실에 옮겨놓고 응급처방을 해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상처를 받은 여러 장기들이 아직 정상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부실한 부분은 추가로 수술도 해야 하는 상태다.

따라서 당장에 위급한 상황은 모면해 회복과정을 밟고는 있지만 정상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칫 치료과정이 잘못되면 상황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블딥(W)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양책은 소비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소비 진작이 없었다면 경기침체의 골은 훨씬 깊었을 것이다.

소비 부문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 데는 고용조정이 소폭에 그친 점과 함께 노후차 교체 등 자동차 구입 세제지원, 중·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지원 등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런 효과들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자동차 구입을 앞당기는 등 미래에 이루어질 소비가 앞당겨 이루어지고 있어서 오히려 향후 소비활동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

민간수요 회복 없으면 경기 재하락
기업 실적도 부담되는 요소이다. 올해는 세계적인 마이너스 성장 때문에 기업들의 매출실적은 시원치 않았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양적으로는 확대되겠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 등 소위 3高 때문이다.

원화가치는 이미 빠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고 앞으로도 절상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흐름도 달러화 약세에 편승해 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과 유가는 절상 및 상승 폭이 커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상당 부분 침식할 것이다. 따라서 내실이 부족한 기업들은 내년이 올해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종합해 보면 한국 경제는 향후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그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회복의 불씨가 민간 부문으로 확산돼 자생적인 수요회복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경기부양책의 힘이 빠지기 전에 민간 부문의 수요가 탄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기는 다시 하락세로 반전할 수도 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