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비용, 주행거리, 충전 등 3대문제 해소 

미국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 시장은 큰 변화의 계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가로막아왔던 비용, 주행거리, 충전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의 보조금 지급과 환경규제 강화 그리고 신규모델의 가격 인하 등이 테슬라의 성공과 맞물려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1900년에 뉴욕, 보스턴 그리고 시카고 거리를 달린 자동차는 총 2370대였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증기차나 전기차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전기차를 선호했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다루기가 쉬웠다(다니엘 예긴 ‘The Quest’ 중에서).

전기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800년대 후반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제작된 전기차는 다른 방식의 차량보다 많이 팔렸다. 1912년 전 세계 전기차 등록대수는 3만 대. 헨리 포드가 ‘티(T)자형 포드’로 대중을 위한 값싼 차를 대량생산하기 시작(1908년)했지만, 전기차의 인기를 따라잡진 못했다. 하지만 당시 전기차는 비용, 주행거리, 충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급격하게 쇠퇴했다. 대규모 유전 발견을 통해 휘발유 가격 하락과 엔진을 자동으로 회전시키는 전기시동장치의 개발 및 속도와 주행거리의 개선으로 가솔린 차들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졌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후 1990년대에 자동의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 앞에서 전기차의 개발은 이제 필수가 된 것이다. 이에 GM이 1996년에 출시한 EV1을 시작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양산을 지속됐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기대 이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기차의 문제점인 비용, 주행거리, 충전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유망한 산업이나, 현재 가격이 비싸고, 인프라 구축 미비, 기술적 제약 요인 등으로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강화되는 유럽과 미국의 환경규제로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비기준(CAFÉ)에 따라 오는 2016년까지 자동차 회사별 평균 연비를 35.5mpg(갤런당 마일)로, 2025년까지 54.5 mpg로 맞춰야 한다. 유럽은 2015년부터 자동차 CO2 배출량이 130g/km를 상회하면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고, 오는 2020년까지 이를 95g/km로 감축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9개 주는 2025년까지 신차 중에서 15%를 BEV(순수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큼)/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용량이 큼)/FCEV(수소연료전지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은 신차를 팔려면 2020년까지 전체 차량의 평균 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EV, BEV, PHEV, FCEV등 다양한 기술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문제를 차례차례 해결한 테슬라

지난해까지 순수 전기차(EV)는 아직 기술적 난관이 많고 충전 인프라도 형성되지 않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초 테슬라(Tesla)가 보여준 성공 사례는 전기차의 새로운 사업 모델 가능성을 보여줬다. 테슬라가 2012년에 출시한 모델S는 가벼운 몸체, 배터리 혁신, 몬스터급 퍼포먼스(100km/h, 3.7초)로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최상급을 받았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100년간 전기차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을 차례차례 해결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모델S는 배터리 용량을 확대해 가능한 주행거리를 260~426km로 늘렸다. 일반 내연기관차가 연료탱크를 가득 채운 후 운행할 수 있는 거리인 500km 전후와 비슷해진 것이다. 가격 면에서 모델S는 7만달러가 넘는 고가에 판매하고 있지만, 동급 고사양 세단을 압도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7만달러는 일반인들이 구매하기는 여전히 비싸지만, 테슬라는 2014년 모델X를 시작으로 점차 가격대를 낮춰 2017년에는 3만달러대 보급형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테슬러의 저가 차동차 보급은 신규모델 출시가 임박한 기존 전기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가격할인을 유도했다. 포드가 포커스 일렉트릭(BEV) 가격을 10% 인하한 것으로 시작으로 지난 1월 닛산 리프(BEV)도 6000달러를 인하해 차량구매가격을 3만달러 이하로 낮췄다. 최근에는 제너럴 모터스(GM)가 전기 자동차인 쉐보레 ‘볼트’ 신모델 판매가격을 5000달러나 낮추기로 했다. 더욱이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합쳐진다면 전기차의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캘리포니아주는 주정부 차원에서 2500달러의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량 가격 차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인 차량 1대당 100만엔 이내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중앙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차량 보조금으로 6만위안을 지원하고 있다. 테슬러는 주행거리 확대와 전기차와 일반차 간 구매비용 차이를 줄여 과거부터 전기차 보급의 제약으로 꼽혔던 3가지 중 비용과 주행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된 요인들로 전기차 판매량은 2012년 연간 162만 대에서 2018년 연간 1025만 대로 연평균 3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에서10.7%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물론 2018년에도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용량이 작은 HEV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겠지만, 상대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큰 PHEV와 BEV의 비중이 업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충전은 여전히 전기차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양산 예정인 전기차는 대부분 완속 5~6시간, 급속 20~30분 정도의 충전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마저도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하고 가정이나 회사 등에서도 충전하는 공간적 제약이 존재한다.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통해 태양광 충전소를 설치 중인데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테슬라 차량은 무료충전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배터리 교체를 원하는 경우 1분 30초 만에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인프라 제약조건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기차, 이제 그림의 떡이 아니다

지난 한 달, 제주도에서 전기차의 민간 시장을 놓고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처음으로 맞붙었다. 제주도는 국내 최초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전기차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기아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 3곳이 모두 뛰어든 것. 보급 대수는 160대에 불과했지만 470여 명이라는 높은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최종 선정은 추첨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어서 신청자들은 3: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전국에서 처음 실시되는 지자체의 민간 보급 사업 신청에서 이처럼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것은 것은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기대를 모았다. 물론 전기차 민간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은 역시 ‘보조금’이다. 정부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에 대한 세제혜택과 함께 환경부에서 보조금 1500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제주도는 별도로 8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서울 등 9개 도시가 보조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가장 인기가 좋았던 르노삼성의 SM3 Z.E는 표시가격을 4500만원에서 환경부 보조금(1500만원)과 각 지자체의 별도 보조금과 세재혜택 등 추가 지원을 받으면 동급의 가솔린 차량가격 수준인 1900만원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물꼬를 튼 전기차 판매는 내년에는 수입차들도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는 데다, 가격 인하가 시작되면서 시장이 커질 거란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의 관건이 그간 가격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었는데 가격 문제는 해결됐고, 이젠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변수로 남았다”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의 가장 큰 과제는 충전방식의 통일과 충전소 확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인프라 구축은 지난해의 1단계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서는 전국에 80개의 충전소가 만들어졌는데 올해는 2단계 사업으로 100여 곳이 신설될 계획이다. 전기차의 충전 방식 중 완속충전 방식은 국제적으로 표준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어떠한 전기차가 도입된다고 하더라고 완속충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급속충전 방식은 전기차별로 충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호환이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급속 충전의 경우 회사마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충전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