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구매자 “차 산지 얼마 안돼 방전이라니… 웬말?”

 

차를 산지 1년도 안 돼 수리센터를 방문하는 마음은 어떨까. 수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수입차가 수리센터를 자주 들락날락하면 자가용 오너들의 마음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구입처에 하소연도 하고 으름장도 부려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다. 딜러는 메이커에게 메이커는 딜러에게 ‘핑퐁’을 치면서 수리를 차일 피일 미루면서 골치를 썩게 만든다. 물론 몇천대 중에 하나가 이런 불량이 나타날 수 있지만 수리센터들의 태도에 더욱 분통을 터뜨린다.

 

#서울에 사는 B씨(38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토요타 뉴캠리를 운행한지 9개월째에 접어드는데 아침 출근을 준비하던 중 시동이 전혀 걸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급한 대로 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통해 배터리를 살려봤지만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배터리교환을 하지 않으면 같은 현상이 또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서비스 기사의 답변이다. 가까스로 시동을 걸고 방문한 서비스센터에서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차량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을 비롯한 다양한 필요성으로 장착한 블랙박스 때문에 방전이 됐다는 답변이다. 뉴캠리에는 원래 2채널의 블랙박스만 탑재가 되어야 하는데 B씨는 4채널 방식의 블랙박스를 차량에 탑재했다.

블랙박스는 전방에서 엄습하는 위험뿐 아니라 후방이나 측방에서의 위험까지도 감지를 하고 이에 대한 촬영이 가능해야 한다. 블랙박스는 언제 어디서나 촬영이 가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뉴캠리에 탑재하는 제품들은 24시간 내 차를 지켜주지 못한다. 한마디로 주행 중에만 블랙박스 작동이 가능한 셈이다. 24시간 상시작동 하도록 설정을 맞춰놓으면 B씨처럼 배터리가 방전되고 만다. 몇 십 만원을 주고 산 블랙박스가 제 작동을 못하고 자동차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정말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딜러나 토요타 본사의 충분한 안내도 없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이코노믹리뷰>가 조사한 결과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4채널 블랙박스의 탑재가 가능했다. 현대차 쏘나타는 특히 5채널까지도 장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블랙박스와 같이 상시 전원이 공급되어야 하는 장치에는 적은 전력이라도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국내 완성차의 공통된 설명이다. 상시전원 공급이 어려워 당분간 뉴캠리를 구입한 고객들은 4채널이상의 블랙박스 장착은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배터리를 바꾸려도 해도 AS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가격도 메이커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AS센터 방문 자체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한다.

수입차에 있어서 고객은 ‘왕’이 아니라 ‘봉’이다. 차량을 팔기 전에는 온갖 유혹으로 현혹하더니만 팔고 나서는 뒷짐이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9년 4.9%에서 올 상반기 11.9%로 4년 새 2.4배나 높아졌다. 높아진 국내시장에서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후 서비스(A/S) 등 내실 강화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소비자 불만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소비자불만 건수는 1만 대당 10.8건으로 국산차(5.0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새 차를 사고 항의를 해도 묵묵부답인 메이커도 많고 애프터서비스를 기대해보지만 공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불거진 그랜저HG, 싼타페, 카렌스 등 누수 논란 끝에 현대기아차는 주력차종의 보증기간을 5년까지 확대시켰다. 소비자불만을 조기에 잠재우고 고객만족 서비스에 충실하겠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고객만족을 실현하겠다는 현대차와 수입차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차를 사야 고객이 ‘왕’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아틀란맵, 최첨단 인포테인시스템 맞나

캠리에는 위에서 본 박 씨의 사례 외에도 더 많은 불만사례가 있다. 토요타의 뉴캠리에 적용돼 있는 ‘아틀란’ 내비게이션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출시되는 차량에 고해상도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전자지도도 3D 표현이 가능한 ‘아틀란 3D’ 고해상도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서 신형 캠리부터 올해 출시되는 전 차종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신형 내비게이션이 신차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틀란 내비게이션은 업데이트가 잘 안 되어 있다. 아마도 신차 출고 테스트 항목에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여부 확인은 빠져 있는 듯하다. 안내를 시작하면 새로운 도로는 표시가 안 돼 있고 차량은 엉뚱한 길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표시되기 일쑤다.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를 해보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오르막길 밀림, 선루프 누수 등 끝없는 불만

오르막길 밀림현상도 심하다는 사용자들의 지적이 많다. 국산차 중에 그랜저를 비롯한 주요차종에는 적용돼 있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컨트롤(HAC)’ 기능이 뉴캠리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돼 있다. 힐 스타트 어시스트는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정지했다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현상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가파른 언덕이나 경사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주어 운전이 익숙하지 않거나 낯선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 기능이 채택되지 않은 뉴캠리 운전자들은 오르막길에서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밀림현상을 해결하고 있다.

선루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세차 중에도 선루프를 통해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조차도 토요타는 ‘정상’이라는 입장이다.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제품을 정상제품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이 외에도 안전벨트에서 철사 떨리는 소리에 대한 제보도 급증하고 있으나 AS센터에서는 안전에 별 문제가 없어 리콜이나 AS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