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그룹 본사(위)와 현장경영을 펼치는 이웅렬 회장.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의 보폭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사업현장을 찾아 협력업체와 ‘상생경영’, 직원들과는 ‘노사화합’을 강조하는가 하면
재계 중요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내·외부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

특히 오는 12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면서 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 회장이 지난 2007년 내걸었던 ‘재계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집자 주>

이웅렬 회장의 ‘거침없는’ 경영행보는 오는 12월31일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0월15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모회사인 (주)코오롱을 투자 부문과 생산 부문으로 양분하는 ‘기업분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코오롱은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사업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나눠지는데 11월27일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12월31일 코오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 전환할 방침이다.

그룹의 핵심사업 영역인 화학소재·패션(코오롱인더스트리㈜), 건설·환경(코오롱건설㈜), 제약·바이오(코오롱제약, 코오롱생명과학), 무역·IT(코오롱아이넷, 코오롱베니트, 네오뷰코오롱)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는 게 주요 내용. 결국 기업 분할 후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만을 전담하고 자회사들은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구도가 된다는 게 골자다.

코오롱 측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평가를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사업 구조조정 이미 시작
사실 지주사 전환을 밝힌 것은 올 10월이지만 이 회장의 지주사 작업에 대한 준비는 이미 발표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도화를 위한 계열사 합병과 사업 부문 분할 작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진행된 까닭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2007년 6월 코오롱유화(주)의 합병 건.

이후 이 회장은 2008년 3월 원사사업 부문 물적 분할에 따른 코오롱패션머리티얼을 출범시키더니 같은해 6월과 9월 각각, PI필름 부문 SKC와의 합작사 설립 및 고흡수성수지 사업 부문 매각에 이어 올 8월에는 FnC코오롱㈜ 합병, 캠브리지와 코오롱패션 간의 합병을 차근차근히 진행해 왔다.

물론 합병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경우도 있다. 코오롱과 FnC코오롱 간 합병이 대표적인데 당시 FnC코오롱 흡수합병으로 1400억원가량의 차입금이 증가하게 됐지만 산업자재,

필름, 화학 등 수출에 집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내수 위주의 패션 부문을 추가하게 돼 사업구조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한 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FnC코오롱이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건설 및 캠브리지 등의 지분이 코오롱으로 넘어감으로써 지분구조를 단순화시켰다는 점 역시 이 합병이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업조정과 함께 최근 들어 사업현장을 찾는 일이 잦아진 것도 이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진행하는 ‘막바지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지난 5일 이 회장은 (주)코오롱의 경북 김천·구미공장을 찾아 생산현장 직원과 협력업체를 다독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구미공장 ‘행복테마파크’개관식에 참석한 이후 거의 1년 만의 현장경영이었던 것.

이 자리에서 그는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올해는 코오롱과 협력업체가 위기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경영환경을 여는 공동체 시너지 창출의 원년”이라고 강조하면서 “갑과 을은 없고 상생 공동체의 핵심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지난 6년간 코오롱 패션 부문을 담당하던 제환석 대표가 사임의사를 밝힘에 따라 코오롱의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는 기존 대표였던 이 회장을 비롯해 배영호, 한준수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코오롱그룹의 3개 패션계열사인 ㈜코오롱 FnC부문, 코오롱패션㈜, ㈜캠브리지를 맡아오던 제 대표의 빈 자리에는 중국법인장 출신인 백덕현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지주사 전환 시도는 “긍정적”
현재까지 진행된 이 회장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행보에 대해 시장에서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우선 기업 재무수치로 볼 때 ‘플러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룹 모회사인 ㈜코오롱의 경우 올 3분기 5857억원의 매출에 463억원의 영업이익, 2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영업이익만 따져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수출 비중이 90% 이상인 타이어코드가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자동차 산업 회복으로 물량으로 상쇄할 수 있고 필름 부문도 LCD 수요 회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역시 크게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 코오롱의 부채비율은 163.4%로 지난해 말 213.4%에서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현금성자산은 111억원에서 782억원으로 늘었고, 순차입금은 9362억원에서 9141억원으로 줄었다. 단기차입금이 2070억원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 말 4119억원에 비하면 절반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계열사 중 비교적 취약한 코오롱건설도 자구 노력으로 조금씩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고, FnC코오롱과의 합병도 코오롱 재무구조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지주사 전환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도 “코오롱의 지주회사 전환은 일단 긍정적”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킬레스건 잘 극복해야
지주회사로의 전환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 회장이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는 분명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느냐 여부. 과거 코오롱은 부진한 실적, 위험한 재무구조, 부실한 자회사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우량 자회사로의 합병과 부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향후 수익성을 개선할 포인트를 이 회장이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발굴과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코오롱은 섬유산업의 뒤를 잇기 위해 수년간 공들였던 통신사업을 접으면서 신세기통신(현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하는 ‘수모’를 당한 이력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은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코오롱, 코오롱글로텍 등 주요 계열사들 대부분이 재무구조가 견실한 편이긴 하나 건설 부문(코오롱건설) 등 비교적 취약한 계열사의 부활을 이끌어내야 하는 게 이 회장의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 발표’ 당시에도 향후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대한 계획이 빠져 있는 부분에 아쉬움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사 문제에 잡음을 없애야 하고 노조와의 마찰도 봉쇄해야 하는 점도 이 회장의 몫이다.

특히 성장정체를 보여왔던 사업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지는만큼 임원의 교체나 퇴출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지난 6년간 코오롱 패션 부문을 이끌어온 제환석 사장이 사임한 것을 두고 “후배 리더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용퇴했다는 시각이 대세지만 일각에서는 “퇴출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연세도 있으시고 오래 근무하신 것만큼 후배를 위한 용퇴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대표이사인 배영호 대표가 제환석 전 대표보다 2살이 더 많은 까닭에 나이를 의식한 용퇴로만 보는 시각도 무리는 있어 보인다.

지난 2005년 구조조정 당시 노조원들과의 마찰로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는 이 회장으로서는 노조와의 이해관계에서 대립각을 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당시 코오롱은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반발을 샀고 이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이 회장의 자택에 진입하면서 자신의 손목을 자해하는 소동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코오롱 측은 “그때는 말 그대로 구조조정이었으니까 노조와의 마찰이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정리해고도 없다. 이번 건은 노조와 협의할 사안도 아니고 노조와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경우도 없다”고 답변했다.

코오롱 노동조합 관계자도 “회사 측과 별다른 마찰이 없고 지주사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 회장은 올 초 코오롱 미국 현지법인인 티슈진이 보건복지부가 해외법인들에 주는 혜택(공장부지 50년간 무상임대 등)을 한국회사인 자신들이 받았다는 이유로 ‘특혜논란’에 시달린 점도 있어 다방면의 계열사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회장이 당초 내년에 내걸었던 ‘재계 10위 진입’에 대한 목표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2007년 4월 당시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0년에는 재계 10위권에 들겠다”며 ‘Big Step 2010’을 선언한 바 있지만 올해 8월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코오롱그룹은 32위(공기업 제외)에 그쳤다(지난해 말 현재 그룹 자산규모는 5조9000억원, 연 매출규모는 6조8500억원 수준).

코오롱 관계자도 “계량적인 목표라기보다는 슬로건 개념으로 봐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