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경기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한국비료공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973년 한국종합제철을 거쳐 1975년 삼성전자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마케팅실장, 생산기술본부장, 회장비서실 경영관리1팀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쳐 1998년에 삼성SDI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8년부터 농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휴넷CEO포럼이 지난 12일 개최한 제22회 월례 조찬회에서 손욱 농심 회장이 ‘십이지(十二支) 경영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1996년에 삼성SDI에 부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삼성SDI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 위기에 놓여 있었다. 모니터용 브라운관은 TV브라운관에 비해 값이 더 비싼데 성장률은 훨씬 높았다.

관련 회사들이 모두 모니터용 브라운관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제품의 가격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직원들에게 위기에 대해 말해도 믿지를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12간지에 주목했다. 띠 동물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분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12간지 동물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이 그냥 띠 동물을 정해놓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2간지의 동물들이나 그 순서 역시 뜻에 따라 정해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간지의 첫 번째는 쥐다. 쥐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인식하는 동물이다. 지진이 나면 가장 먼저 알고 도망간다.

중요한 것은 바로 변화를 빨리 읽어내는 것이다. 쥐가 첫 번째 동물이라는 것은 그런 상징성이 있다. 마지막 동물은 돼지다.

돼지머리는 고사 지낼 때 쓰고, 나머지 부위도 족발, 삼겹살, 곱창, 껍데기에 쓰이는 등 돼지는 온갖 것을 다 베풀고 간다. 기업도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공헌해야 한다. 이런 돼지가 마지막에 있는 것이다.

재밌는 건 돼지 앞의 동물이 개라는 점이다. 개는 신뢰의 상징이다. 세종대왕이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11번째가 신뢰의 상징인 개, 12번째가 나눔의 상징인 돼지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잠재 문제에 대비하는 토끼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외부환경이 변화할 때, 조직이 비전이나 미션을 설정할 때 현재 기업의 조직역량, 의식구조, 기업문화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문제해결능력에 해당하는 사고기술과 혁신역량, 상생원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12간지 속에 다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상황 분석,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문제 분석,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사결정분석,

‘앞으로 어떤 문제가 있겠는가’하는 잠재 문제 분석 등으로 사고기술을 나눈 것이 KT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케프너와 트레거가 고안한 것으로 삼성에서도 EMTP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12간지의 첫 번째는 쥐다. 쥐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인식하는 동물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변화를 빨리 읽어내는 것이다. 마지막 동물은 돼지다. 돼지는 온갖 것을 다 베풀고 간다. 기업도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공헌해야 한다.”

문제에는 발생형 문제와 설정형 문제 두 가지가 있다. 발생형 문제만 푸는 기업은 절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제자리걸음만 한다. 설정형 문제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생긴다. 기업이나 국가가 발전하려면 설정형 문제를 많이 제시해야 한다.

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삼성은 1993년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을 펼칠 당시 앞으로 이렇게 가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중요한 변화를 파악하고 위기를 느꼈다.

농심도 2004년 이후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직원들이 웰빙 시대에 라면은 잘 안 팔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소는 끊임없이 문제를 되새김질해 진짜 원인을 찾아낸다. 세종대왕은 조세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도 17년 동안 뜸을 들였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찬성하게 할 때까지 진짜 원인을 계속 찾고 풀었던 것이다.

호랑이는 새끼를 낳으면 절벽에 떨어드리고 올라오는 새끼만 키운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기업에서는 10가지 분야가 있다면 보통 그중에 몇 가지를 골라서 진행해야 한다. 다른 사업에까지 피해를 주는 사업분야가 있다면 과감히 잘라야 한다.

중국인들은 후안흑심,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끼는 도망갈 구멍을 다 찾아놓고 다닌다.

잠재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다. 실패를 할 때는 계획이 잘못돼서 그런 경우는 별로 없고 생각지도 않은 잠재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사례를 조사하러 갈 때 잠재 문제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찾을 수 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을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 잠재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창의적 모방하는 원숭이
혁신역량에서는 3P의 일류화를 말한다. 제품(Product), 인재(People), 업무 방식(Process)이 일류가 되면 된다. 용은 핵심역량을 상징한다.

한 가지만 세계적으로 잘하면 된다. 뱀은 변화를 상징한다. 성공했다고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뱀은 껍질을 안 벗으면 죽는다. 변화관리는 사실 매우 어렵다. 느끼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말은 인재의 상징이다. 천미라와 같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어떻게 찾는가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못하는게 이것이 아닐까 싶다. GE에 가보면 초급 관리자가 되면 인재를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를 먼저 배운다.

우리 기업의 경우 사람을 인사팀 한곳에서 뽑아 배분하니까 적재적소에 넣기가 힘들다.

신입사원 중에서 리더가 될 만한 인재를 발탁해 관리하는 GE방식을 농심에서 시켜보니 처음에는 회사를 이끌 인재가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았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공개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인재를 선별하는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양은 커뮤니케이션을 상징한다. 양은 배려의 동물이다. 배려의 정신은 경청이다. 세종의 리더십을 보니 하나의 뜻을 가지면, 그것을 공론에 부친다.

모두의 뜻을 하나로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이 될 때까지 노력을 한다. 한마음 한 뜻이야말로 한국적 리더십의 본질이다.

삼통일평(三通一平)의 리더십. 여기서 평은 보람된 일로 올라가는 단계로 평화와 화합 등을 의미한다. 원숭이는 창의성의 상징이다. 모방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야 된다. 진짜 벤치마킹은 남의 것을 보고 플러스알파를 추가하는 것이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태도가 ‘Give&Take’에서 ‘Give&Give’로 바뀌고 있다. 매슬로는 인간욕구 5단계의 가장 꼭대기가 자아실현이라고 했다가 이를 8단계로 바꾸었다.

그리고 마지막 8단계를 다른 사람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에서도 리더는 자기가 성공하려 하면 안 된다. 조직이 성공하게 도와야 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