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부산해양경찰서 구조대 대장

 

한 남자가 지하철을 타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지하철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숨을 참고 있다가 역에 도착해 사람들이 내릴 때만 숨을 쉰다. 사람들이 내리고 나서 문이 닫히면 다시 숨을 참는 연습을 시작한다.

박정욱 부산해양경찰서 구조대 대장(40세)이 잠수분야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했던 연습 중 하나다.

현재 부산에 위치한 광안리 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박 대장은 해병 특공대 출신이다.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당시 군대 선임이 해양경찰이 된 것을 보고 이 분야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어렸을 때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꿈을 이룬 사례를 보니 박 대장은 ‘나도 도전해보자’라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박 대장은 당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1년 정도 수영을 취미로 배웠고, 중·고등학교 때 유도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유도 사범으로 일했다. 해병대에 입대하면서 특기를 특공대 잠수로 하게 돼 물에 대해서는 친근함이 있었고, 기본 체력도 자신이 있었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그는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뒀다.

낮에는 수영장에서 저녁에는 유도사범으로 일하면서 운동에 집중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해양경찰이 되기 위한 체력조건 다지기에 몰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특공대 출신 잠수 특채로 지원하기 위해 인명구조 자격증, 수영강사 자격증, 잠수기능사 등을 준비했다. 다이빙 연습도 꾸준히 해왔다.

1년 만이다. 그는 잠수분야에 지원해 1등으로 해양경찰이 됐다. 당시 박 대장은 3분 20초 동안 숨을 참아냈다고 한다. ‘정말 숨을 쉬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항상 연습한 방법이 있다”며 “다음 역까지 가는 동안 숨을 멈췄다가 사람들 내릴 때 쉬고, 다시 지하철이 출발하면 숨을 쉬지 않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열심히 한 데는 한 가족의 ‘가장’이라는 점도 컸다. 당시 그는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했다.

“직장 그만둘 때 부담감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죠. 아무래도 책임감이 커서 더 많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에 무조건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창시절에 유도선수 생활을 했었고, 특공대 출신인 데다 하루 종일 운동만 하니까 체력적인 면에서는 자신 있었어요. 원래 꿈이었던 경찰에서 잘하는 분야를 살려서 꿈을 이뤄낸 거죠.”

1996년에 해양경찰이 되고 처음 근무한 곳은 심해구조팀이었다. 5년 동안 근무하면서 1년에 두 번씩 100m 이상 다이빙을 했다. 이후 제주도에서는 중국어선을 단속·진압하는 일을 했다. 경찰학교에서 유도교수로 4년 동안 근무한 경험도 있다. 다시 2010년에 부산으로 와서 2년 동안 근무하다가 지금은 광안리에서 16명의 팀원을 이끄는 구조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구조 사례가 많았을 것 같다’는 얘기에 그의 17년 경력이 짙게 배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04년 박 대장은 제주도에서 외국어선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임무를 맡아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당시 파도가 4m 이상이었어요. 불법 어선은 계속 도망가고 파도가 밀려오면서 전복될 위험이 두 번이나 있었죠. 대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영토주권과 어민의 해상조업권을 지키기 위해 ‘기필코 잡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큰 성과를 이뤄 언론에 소개되고 KBS <인간극장>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팀장이었던 박 대장의 지시에 따라 외국어선을 따라잡을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데, 다시는 경계선을 침범하지 못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그의 판단에 팀원들이 임무를 잘 수행해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서는 기상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작업 도중 파도에 고립됐던 적이 있었다. 이때 박 대장은 보트를 타고 출동, 로프를 이용해 구조에 성공했다. 과거 연안구조는 소방서에서 전담했지만, 해양경찰도 이의 필요성을 느껴 도입한 지 두 달 만에 이뤄낸 성과로, ‘해경의 최초 연안구조’였다는 게 박 대장의 설명이다.

연안구조는 해수욕장, 갯벌, 갯바위 등 연안해역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시 신속한 수색구조 활동으로 피해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다. 장비는 소형 공기부양정, 고속제트보트, 수상오토바이, 인명구조용 고무보트 등이 사용된다.

“팀에 소속된 대원일 때는 사람이 빠지면 빨리 구조하자는 생각만 했는데, 대장이 되고 나니 구조도 중요하지만 팀원의 안전까지 고려해서 모든 일을 신속·정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팀원이 위험에 빠지면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지니까요. 대원들에게 항상 편안하고 침착하게 구조하자고 독려합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선박이 좌초됐을 때 새벽 4시에 출동해 26명 전원을 구조했다. 당시 현장에 안개가 너무 많고 파도가 심해 접근을 못했었는데,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접근할 타이밍을 잡는 등 상황판단을 정확히 해야 하는 게 박 대장의 역할이다.

“구조를 위해 보트를 몰고 가면서 파도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는데, 비가 오고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번개가 바로 코앞까지 치면서 공포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결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일이죠.”

그의 업무는 한마디로 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수당이 따로 있을 만큼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도 이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죠. 게다가 물을 좋아하고 훈련을 즐기면서 하니까 행복해요. 특히 수영이나 스킨스쿠버에 관심이 있다면, 훈련에 다 포함돼 있으니까 시간을 내고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레저활동을 할 수 있잖아요. 보트, 다이빙, 체력 훈련이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게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5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것은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아이들 교육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하지만 박 대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여러 군데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고 제주도, 인천, 부산, 천안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사실 일반인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러나 가정에 소홀할 때가 많다는 점은 해양경찰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일기예보에 따라 기후가 좋지 않으면 퇴근은 커녕 비상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해양경찰이라면 일기예보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하면서도 박 대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보인다. “즐기면서 하는 일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정욱 대장의 Knowhow

구조대장으로서 리더십의 중요성이 요구된다. 이에 박 대장은 직원들과 항상 토론하고 이들을 위하고 설득하는 기술로 팀의 결속력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노력한다. 단체에서 한 사람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전체가 힘들기 때문에 개인 특성을 고려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힘쓰는 게 박 대장이 팀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다. 또한 최종 결정은 대장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절충하는 게 필수라고 박 대장은 말한다.

아울러 해양경찰의 체력관리는 필수다. 팀원 중에서 수영선수, 헬스트레이너 출신이 직접 운동 프로그램을 짜도록 함으로써 체계적인 체력관리를 팀원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