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와 몬트리올 은행, 그리고 자산운용사 등을 거쳤다. 작년 6월 스탠더드차타드에 입사해 기업금융 부문에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다.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구사하며, 대학시절 캐나다 토론토에 야시장 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펄벅의 대지를 가장 감명깊게 읽었다.

아시아는 늘 '영감'의 원천이었다. 캐나다의 수도 토론토에 되살려낸 야시장도 꼭 그랬다. 태국 방콕이나 중국의 상해, 그리고 서울의 동대문에서 느낀 흥겨운 정취를 되살리고 싶었다.

그녀는 대학 동료들과 의기투합했다. 토론토 한인촌의 한인들을 공략하는 일이 그녀의 '몫' 이었다.

햇볕이 내리 쬐는 오후, 그녀는 발품을 팔며 부지런히 한인 상가를 헤집고 다녔다.
이 동양인 처녀의 입점 러브콜은 집요했다.

하지만 상인들을 회유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그들만 탓할수도 없었다. 오폐수 처리, 전기 공급 등 골칫거리가 산재했다.

지난 5일 오후 , 종로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서 만난 류니나 IG(International Graduate. 이하 IG)는 당시 세상사의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회고한다.

일을 성사시키는 요인도, 실패로 돌리는 요인도 사람이다. 그녀는 재작년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지 12년 만이었다. 졸업 후 몬트리올 은행에 입행해 프라이싱 (pricing)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그녀는 늘 고국이 그리웠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지원한 프로그램은 글로벌 기업 'GE'의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에 견줄 수 있는 '인재육성 과정'이다.

올해 선발된 'IG들은 2년 동안 순환 근무를 한 뒤 내년 4월 이후 세계 각국의 이 상업은행 사업부에 전진배치된다. 이들은 그룹의 이른바 'S급' 인재들이다.

그녀는 요즘 한국적 정취에 푹 빠져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에 다닐 때는 회식은 생각도 못했어요.

같은 팀이었지만 다들 데면데면했어요." 업무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직장에서 싸인 피로가 스르르 녹아 내린다.

기업 금융부문소속으로 펀드세일즈 업무를 익히고 있는 그녀는 리스크 관리, 상품설계 등에 관심이 높다.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학해 한학기를 다닌 연세대재학시절에도 인턴십'을 거쳤다. 류니나 IG는 지난해 이글로벌 기업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현장에서 익혔다.

와초비아(Wachovia), 리먼브러더스, AIG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에 흔들리며 간판을 바꿔달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로 유명한 미국의 GE마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의 여파로 한동안 위기설이 꼬리를 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상업은행은 보수적인 운용으로 지난해 파생상품 관련 리스크를 절묘하게 비껴갔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리스크 관리는 중앙집권화 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리스크 관리 헤드쿼터가 싱가포르에 있는데, 모든 나라에서 이 헤드쿼터로 보고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은 것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리스크'를 세세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류니나 IG는 지난해 방문한 상하이의 리스크 관리 센터에서 그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스탠더드차타드의 IG들은 일년에 한번 정도 모여 팀웍을 다지고 전문적인 교육도 받는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200명 정도가 수업을 들으며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

내년 4월이면 IG과정을 모두 마친다는 유니나 IG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서 근무하며 세계 각국의 인재들과 일합을 겨루는 글로벌 뱅커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비췄다.

대학시절 무더위 속에 한인들을 상대로 야시장 입점을 권유하던 경험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고.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