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발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4조원. 그중에서 워킹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40%대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트렌드, 기능, 패션 3박자 어우러져

스포츠 브랜드업계가 1000만 워킹(Walking)족들을 쌍수 들어 맞이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여겨지던 신발시장에서 스포츠워킹화가 러닝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개척함으로써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프로스펙스, 르까프, 아식스, 리복, 스케쳐스 등이 지난 8월 이후 워킹화를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MBT나 린 등 기존 기능성 신발시장과 아웃도어시장도 동반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신발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4조원. 그중에서 워킹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40%대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월 스포츠워킹 토털브랜드인 ‘W’를 선보인 프로스펙스는 이에 힘입어 신발 부문 매출이 지난해 대비 80%나 성장했다.

한 매장에서는 전체 매출의 80%를 ‘W’가 이끌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르까프에서 선보인 워킹화 ‘닥터세로톤’ 역시 출시 이후 4만족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스펙스‘W’의 ‘W-Power’구조도. 스포츠워킹화들은 철저한 기능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W’의 7개 라인 48개 품목의 워킹화 중 파워워킹에 최적화된 제품인 ‘베스트기어’의 인기가 그중에서도 높다. 특히 운동시간 대비 운동 효과를 증대시켜 다이어트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여성층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 출시 이후 1만5000족이 판매됐다.

‘W’의 이 같은 성공은 오랜 시장 조사와 연구가 기반이 됐다. 이미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워킹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었다는 점, 국내에서도 웰빙 트렌드와 더불어 걷기가 하나의 완벽한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걷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시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

결국 프로스펙스는 장기간에 걸친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생산, 전 과정에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신발, 의류, 용품 등의 상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을 위한 홈페이지 개설, 전국 매장 판매원 및 본사 전 직원 교육이 더해지며 스포츠워킹 토털브랜드가 탄생됐다.

스포츠워킹화는 MBT나 린처럼 기능성 신발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 모델마다 기능성이 강조되고 있다. 르까프의 ‘닥터세로톤’은 맨발로 걸을 때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 것에 착안, 발 아래 움푹 패인 부분에 맞게 높이 조절이 가능한 장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보행 시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고 발 전체를 자연스럽게 감싸 맨발로 걷는 효과를 제공한다. 일반 신발에 비해 20% 가량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해 운동 효과를 증대시켜 준다.

이 신발의 개발을 위해 신경정신과학 분야의 전문가인 이시형 박사가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워킹화, 매년 40% 이상 성장 예상

아식스의 ‘아식스 워킹’ 시리즈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일본 고베에 위치한 스포츠공학연구소에서 약 50년 동안 축적해 온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여기에 아식스 고유의 IGS(Impact Guidance System)라는 시스템이 더해졌다.

아식스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워킹화로는 최초로 미국 발병의학학회(APMA), 한국걷기연맹(KAPA)의 인증을 받았다.

‘아식스 워킹’은 워킹 시 지면과 뒤꿈치 부분의 접촉이 중앙부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착안, 젤 쿠셔닝 시스템을 통해 워킹화 뒤꿈치의 경사와 각도를 조정하여 지면과 신발의 접촉 시부터 지면을 차고 나갈 때까지의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플렉스그루브라는 바닥 앞쪽 접지면에 인체공학적 홈을 적용해 발 앞부분의 굴곡성을 높여 워킹 시 요구되는 추진력을 향상시켰다.

프로스펙스 W 역시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체육과학연구원으로부터 워킹 시 무게중심을 원활하게 진행시켜 근력이 약한 현대인이 올바른 보행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 신발 뒤쪽 부분이 앞쪽보다 높아 전진 보행이 용이하게 설계됐다는 점, 충격흡수능력을 향상시켰다는 점 등에서 생체역학적 기능 검증도 마친 상태다.

철저한 기능 검증 후 출시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세 역시 만만치 않다. 등산과 트레킹이 점차 대중화되고 걷기 열풍과도 맞물리면서, 아웃도어시장은 침체된 패션업계의 유일한 출구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냥 옷에 아웃도어만 붙이면 팔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현재 1조50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노스페이스, 라푸마,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스포츠웨어, K2, 블랙야크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씩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일부 브랜드들에선 론칭 이후 월별 최고 매출액을 경신하는 등 그 성장세가 놀랍다.

코오롱의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할인매장을 제외한 175개 정상 매장에서 360억원을 판매해 3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익스트림 라인이 매출을 주도한 가운데 백화점과 가두점이 동시에 큰 폭으로 신장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도 140개 매장에서 35% 신장률을 기록했다. K2코리아의 ‘K2’는 상설매장을 포함 193개 매장에서 전년 대비 30%가량 신장한 3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패션의 ‘라푸마’ 역시 2005년 론칭 이후 매년 6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3년 월 1회 정기적으로 산에 오르는 등산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50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산에 오르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성 등산 의류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얘기다.

또한 아웃도어 의류의 디자인이 캐주얼화되면서 영역을 확장한 것도 성장의 한 원인. 직장인들의 캐주얼 착장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의류는 시티캐주얼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걷기 열풍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려 동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