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영사전에는 ‘고객’과 ‘인재’ 딱 두 용어만 있다.” 박진수 LG화학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박 사장은 1977년 LG화학에 입사해 15년 이상 생산공장을 누빈 최고경영자(CEO)로 회사 안팎에서 대표적 소통형 인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엔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구성원들이 핵심 업무와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의전 활동을 대폭 개선했다. 이를 위해 ‘사내 의전(儀典) 간소화 실천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이드는 ‘상사보다 고객 의전을 우선시할 것’ ‘최고경영진이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할 때 불필요한 사전 준비를 하지 말 것’ ‘최고경영진 수행 및 대기 인원을 최소화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취임 2개월여 만에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파문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엑스커뮤니케이션(Excommunication)은 대화(Communication)의 단절(Ex)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라며 “진정한 소통을 위해 진심을 담아 고객과 소통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또 인재 경영에 누구보다 힘쓰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신입사원 65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 및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등 활발한 인재 스킨십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적이나 학력 및 성별에 관계없이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먼저 찾아가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외에서 꾸준히 채용 행사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가 직접 채용 행사에 참여해 인재 확보 선봉장으로 나선다. 행사 도중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도전하다 실패해도 재도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며 일일이 설득해 호응을 얻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를 강조한 바 있다. 백척이나 되는 낭떠러지에서 다시 한 발짝 나아간다는 뜻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려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바로 사내 의전 간소화 실천 가이드는 그가 업무 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한 실천 방안 중 하나로 만든 것이다. 자원과 시간이 한정돼 모든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시장 선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이 올해 들어 중국 경기 둔화라는 장애물을 만나 고전하고 있지만 3D TV용 FPR필름 세계 최초 개발부터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분야 공략까지 첨단 기술력과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실적을 내겠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그가 내세운 불황 탈출의 키워드는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다.

세계 어느 기업이라도 소재와 부품에 대해 알고 싶을 때 LG화학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것. 바로 그가 그리는 LG화학의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