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변신로봇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대성공을 거둡니다. 그런데 북미와 한국을 제외하면 그리 환영 받는 거대 흥행 작품은 아니었지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긴 했지만 1편부터 열혈하고 꾸준한 반응을 보인 곳은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한 해 뒤인 2008년 5월, 새롭게 나타난 마블의 히어로 <아이언맨> 역시 한국의 흥행 성적은 남달랐습니다. 2009년엔 <트랜스포머2>, 2010년 <아이언맨2>와 2011년 <트랜스포머3>와 올해 <아이언맨3>까지 국내에선 흥행불패의 시리즈가 되었는데요. 두 작품은 북미 위주의 흥행에서 전세계적인 히트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는 로봇과 히어로 무비입니다. 그리고 떠올려 보면 2011년 가을에 개봉한 <리얼 스틸> 역시 유독 한국에서 사랑 받은 로봇 소재의 영화입니다.

뒤돌아보면 국내의 로봇 사랑의 근원은 70~80년대를 수놓았던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저 역시 마징가Z와 그랜다이저, 태권브이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국내외 거대 로봇 메카닉 애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 세대들이 이젠 자녀를 둔 30~40대로 성장하여 극장의 주 소비층을 이루면서 거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를 갖추고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로봇 영화들에 열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정 로봇 애니의 거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국내에 비하면 위에 거론된 영화들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습니다. 그 팬덤이 훨씬 강력하고 소비층도 넓은 일본에서 오히려 배척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기를 펴지 못하는 로봇 영화들입니다. 생각해 보건대 일본 내의 분위기는 할리우드에서 완성된 로봇 영화들이 자신들이 영유했던 추억 속의 로봇들과는 사뭇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화 속 로봇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지만 일본의 팬들에게는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아이언맨>의 경우 히어로 영화지만 슈트를 착용하는 순간 일반적인 히어로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됩니다. 국내에서 특히 배트맨이나 슈퍼맨이 아닌 아이언맨이 인기가 월등한 것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현실 가능한 부분도 존재하고 초능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면에서 앞서 소개해 드린 세 편의 영화는 정통 일본식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변신 로봇이지만 우리가 흔히 보던 거대 로봇이 아니며 <아이언맨3>는 정식 로봇 영화로 보기 어렵다. 다분히 할리우드 가족 중심의 영화인 <리얼 스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이제껏 할리우드의 로봇 소재 영화들은 일본인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만들었던 진정한 로봇 메카닉 애니와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죠.

그런데 막 개봉한 <퍼시픽림>은 확실히 다릅니다. 가장 거대 로봇 애니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조종사가 있고 그들의 고뇌도 다루고 있어 마치 실사 판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여기에 단순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대 로봇인 예거의 사이즈도 놀랍지만 일본의 메카닉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하여 영화의 많은 부분을 담당한 탓에 정말 어린 시절의 거대 로봇을 스크린으로 만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여기에 외계로부터의 거대 괴수는 고지라 같은 인기 캐릭터도 연상시키니까요.

물론 로봇의 만화적인 출동 같은 장면은 존재하지 않고 할리우드식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조금 더 추억과 가까워진 거대 로봇 영화 <퍼시픽림>. 일본 배우까지 투입되고 어느 정도 일본에게 오마주를 바친 듯한 인상이 강해서 일본 내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질 것인지 한국의 로봇 사랑이 이번에도 티켓 구매로 이어져 흥행불패 신화의 소재로 등극할 것인지가 바로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터미네이터>와 <로보캅> 같은 안드로이드 혹인 사이보그 소재 작품들의 인기 이후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로봇 소재 영화들이 이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변모하여 관객들과 속속 만나고 있습니다. 스필버그의 <로보포칼립스> 같은 작품도 곧 찾아올 예정이라고 하니 재난과 히어로 소재와 함께 로봇을 다룬 영화들이 새롭게 할리우드에 부상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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