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아는 것이 돈이다’

언젠가는 다가올 양적완화 축소, 부동산 시장 어떻게 대비할까?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www.realtoday.co.kr)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현재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시사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수장, 벤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충격을 의식한 듯 기존 의견을 번복하고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은 안심하는 분위기이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은 언제라도 다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의도하고 있는 인위적인 양적 팽창은 자산의 거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6월 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기조에서 돈을 그만 풀겠다는 신호를 내비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그동안 돈의 힘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주식시장, 채권시장,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줄줄이 타격을 받았다.

양적완화 조치는 주로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채권을 직접 매입해서 돈을 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금리다. 금리는 돈의 가치를 반영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돈의 가치 하락을, 반대면 가치 증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이 많아져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에 돈을 넣어두기보다는 자산시장이나 생산시장으로 돈이 옮겨가게 된다. 그래서 돈이 풀리면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의 산업지수는 2009년 1월 6470까지 떨어졌다가 돈이 계속 풀리면서 2013년 들어선 다시 15000포인트를 넘어섰으며 우리나라 코스피 주가지수도 2009년 1월 1076에서 올해 들어선 다시 2000포인트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부산의 경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45% 이상 가격이 폭등했으며 부산지역보다 1년 늦게 상승세로 전환한 대구지역은 3년 동안 15%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지방 부동산 가격이 오른 이유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지목되곤 한다. 이와는 상반되게 서울 아파트가격은 2009년에 2.6% 반짝 상승을 한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인천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서 2009년에도 0.7% 하락했고 2010년 2.8% 하락, 2011년 2.0% 하락하는 등 매년 하락 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시중에 풀렸던 돈은 주로 안전자산인 국채시장이나 원자재 시장과 금리가 낮은 선진국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아시아권 신흥시장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버냉키 의장이 돈을 그만 풀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뒤에 아시아권 주가가 폭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산시장으로만 한정시켜 보면 주로 대형 상장사 주식에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 달리 서울 강남 등의 주택시장에 자금이 몰리지 않고 수도권 전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지방은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바로 상승하면서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KTX 등 교통발달과 일본으로의 접근성 그리고 시중의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보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울산, 대구, 대전 등 지방 광역도시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당장은 아니라도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된다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돈의 가치인 금리가 높아지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 내외까지 내려간 상태다. 국민·신한 등 대형 은행은 연 평균 4%대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외국계 은행은 3%대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금 주택시장의 균형은 대출금리 3~4%대에서 성립되는 가격수준과 거래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출구전략 조정속도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은행 간에 거래하는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보금리(shibor)가 하루 만에 두 배가량 뛰어 12.8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행도 돈을 구하지 못해 높은 이자를 쳐서 돈을 빌리는 거래를 한 것이다. 중국 경제의 돈줄 역할을 해온 그림자 금융의 규제가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돈이 줄어들면 금리는 오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내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없으니 금리가 올라도 상관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리는 우리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금리 기조가 2008년 이후 계속되면서 가계대출이 위험 수위에까지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961조60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2005년 543조에서 400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가계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이상이며 주택가격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 대출도 11조4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비수도권 지역 집값이 올라 대출수요를 부채질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에서 금리가 오른다면 우리나라 가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계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회수가 시작되면 금리 외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가안정이라는 키워드보다는 경기불황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위 일본에서 겪었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경기불황이 이어진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동산 상품은 상가 등 수익형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상승을 보였던 지방 지역의 아파트, 주상복합 등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분위기가 좋을 때 미리 처분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이득을 얻은 수출 중심형 기업이 버팀목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업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아파트 건설 주요 자재가 대부분 수입되고 있다는 점은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국지적으로는 분위기가 좋은 지역들이 나타날 수 있다. 수출기업들이 몰려 있는 울산 등이나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수원, 화성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하락을 크게 염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시장의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전세시장은 경기가 좋아서 움직임이 활발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침체기에는 세입자가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세가격도 안정세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래서 수도권 전세시장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덜 오른 수도권 매매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나 경기불황이 계속된다고 가정하고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실수요 측면에서 주거지역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