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부진한 원천기술 연구로 노벨상을 받지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테미에서 200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모습.


차세대 리더국가로 각광 받는 중국. 지난 5~12일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자 자존심에 심하게 상처를 입은 듯하다.

평화상을 제외하고 학술 분야에서 한번도 타지 못한 우리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옛부터 과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의 충격과 고민은 한층 더한 것 같다.

중국은 과학 분야 논문 수로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고 우주선을 쏴올릴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다.

특히 이번에 찰스 가오(Kao)라는 중국계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중국계로는 8번째 수상자인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벌인 연구활동으로 노벨상을 받은 만큼 중국은 이번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은 1990년부터 20년간 27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체 수상자의 70%에 해당할 정도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중국에서는 ‘왜 우리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의견은 부진한 원천기술 연구 탓으로 모아졌다.

중국계가 노벨상을 8번이나 받은 것은 중국인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고 노벨상에 인종적 편견이 개입되는 것이 아닌 만큼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가 심사에서 절대시 여기는 기준인 원천연구 수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초연구를 토대로 상품화로 이어지는 응용과학 연구에 매달리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화하는 중국의 많은 우수 두뇌들은 연구에 시간이 많이 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순수과학을 외면하고 있다.

논문의 질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심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의 논문 가운데 90%는 쓰레기”라고 말한다.

지난 1997~2007년 발표된 국제논문 인용횟수를 보면 중국은 145개국 가운데 117위에 하위권에 머물렀다. 과거 한 교육부 고위 관료가 “중국의 교육 수준은 세계 5위권”이라고 자랑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선진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연구활동이 장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연구기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1100억달러를 확보해 매년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의 환경은 열악하다. 지난해 연구비 지출은 200억위안(약 29억달러)로 GDP의 0.83%에 불과했고 과거 수준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기술이 아닌 싼 인건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현실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연구의 효율성도 많이 떨어진다. 중국의 연구에 대한 투자회수율은 20% 수준으로 미국의 200%, 일본의 500%에 비해 현저히 낮다.

또한 입시 위주의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인 사고를 독려하는 서구식 교육에 대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공서열식 경직적인 조직체계와 관료인들의 부패의식도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꼽는다.

또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표절에 대해 무책임한 풍토도 계몽돼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한 논문을 여러 군데 제출하거나 정확치 않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끼는 경우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