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6시의 선전포고 웨이브가 TV보다 2시간 빨랐다

정승제 하숙집 선공개로 본방 사수 공식 파괴하고 시청권 주도

2025-11-26     최진홍 기자

방송 시간의 주도권이 채널에서 플랫폼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본방송을 놓치면 다시 보기 위해 찾는 곳이었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이제는 TV보다 먼저 콘텐츠를 송출하며 안방극장의 시계마저 앞당기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Wavve)는 26일 E채널의 신규 예능 정승제 하숙집의 초반 1~6회 분량을 본방송보다 2시간 먼저 단독 선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웨이브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게 됐다. 통상적인 저녁 8시 TV 골든타임을 기다릴 필요 없이 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신작 예능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편성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콘텐츠 유통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 OTT는 방송사의 하부 구조로서 다시보기(VOD) 창구 역할에 그쳤으나 이제는 선공개를 무기로 TV 시청률을 견인하거나 혹은 TV 시청층을 선점하는 퍼스트 윈도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6일 첫선을 보이는 정승제 하숙집은 이러한 플랫폼 전략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수학 일타강사로 군림해 온 정승제가 칠판과 분필 대신 밥주걱을 들고 청춘들의 인생 멘토로 변신한다는 설정 자체가 2030 모바일 시청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인생을 고치고 싶은 젊은이들이 하숙집에 모여 정승제와 함께 생활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관찰 예능이다. 예능 베테랑 정형돈이 학생주임으로 배우 한선화가 살림꾼으로 합류해 정승제와 호흡을 맞춘다.

사진=웨이브

웨이브가 선택한 저녁 6시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이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다. 이 시간대에 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OTT가 콘텐츠를 선점한다는 것은 TV 앞에 앉아 있는 고정 시청 층과는 다른 유동 인구를 타깃으로 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경쟁사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을 때 웨이브는 방송사와의 기민한 협업을 통해 홀드백(유통 유예 기간)을 역으로 이용하는 실리적 접근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선공개 방식이 본방송 시청률을 갉아먹는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화제성을 조기에 점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숏폼과 요약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 속에서 2시간 빠른 공개는 스포일러 주도권을 쥐고 싶은 헤비 유저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웨이브 측은 정승제와 정형돈이 새로운 예능 듀오로 출격해 쉴 새 없는 웃음을 보장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케미 맛집 탄생을 예고했다.

정승제 하숙집은 총 12부작으로 기획되었으며 전반부 6회 차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웨이브에서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