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인가 '속도'…삼성·메리츠증권 외평위 착수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대…메리츠 5천억원 유증으로 자기자본 7.7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8조원 미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받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했던 인가 절차에 사실상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발행어음 인가가 확정될 경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부평가위원회는 25일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심사를 진행하고 사업계획 타당성을 점검했다.
두 증권사가 지난 7월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발행어음 인가 절차는 인가 신청 접수, 외평위 심사, 현장 실증검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외평위가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금융감독원이 실사를 마무리하고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이후 증선위와 금융위원회가 최종 의결만통과하면 두 회사는 발행어음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다.
앞서 키움증권이 9월 말 외평위를 통과해 지난달 말 현장 실사를 마쳤다는 점에 비춰보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연내 현장 실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실사는 제출 서류와 실제 운영 실태가 일치하는지를 검증하는 절차로 통상 무리 없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획득을 위한 8부 능선을 사실상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인가를 받게 되면 자기자본 8조원 미만 종투사 가운데 가장 큰 발행 규모를 보유한 증권사들이 될 전망이다.
발행어음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다. 자기자본 4조원 종투사 중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3분기 말 기준 7조3870억원, 메리츠증권은 7조1917억원으로 각각 1위와 2위를 형성해 왔다.
메리츠, 5천억 유증 결의…'8조 종투사' 신호탄?
이날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메리츠증권이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무의결권 전환우선주 3875만679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며 주식 총수의 6.09%에 해당한다. 액면가는 1000원, 발행가는 1만2903원으로 제시됐고 배정 대상자는 특수목적법인 넥스라이즈제일차다.
메리츠증권이 비상장사인 만큼 메리츠금융지주가 해당 SPC에 풋옵션을 제공해 신용을 보강하는 구조다. 납입일은 다음달 11일, 신주권 교부일은 다음달 26일이며 보호예수 1년이 적용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자본 확충과 투자 여력 확보라고 설명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1917억원에서 7조6917억원으로 늘어난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이번 자본 확충을 계기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속도가 붙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사업 진출에 성공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에 추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과 벤처 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