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모시기 전쟁… ‘LPDDR5·소캠’ 급부상 이유는?

마이크론 “2026년 HBM3E·HBM4 계약 완료”…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이미 2026년 물량 매진 HBM 데이터센터, 소캠 저전력 모듈… 용도 나누며 2020년대 후반 ‘공존·보완’ 구도로 간다

2025-11-25     양정민 기자

2026년이 시작하려면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지만 벌써 D램 제작사들의 2027년 예약은 가득 찼다. 2026년 HBM 예약이 ‘솔드아웃’인 가운데 산업계는 HBM뿐만 아니라 차세대 메모리 모듈 먹거리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RBC 캐피털 마켓 주최로 열린 투자자 대상 기술 설명회 행사에서 “2026년까지 HBM 공급 계약이 완료됐다”며 “이는 HBM3E(5세대)와 HBM4(6세대) 모두에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 최태원 SK 회장도 SK AI 서밋에서 “너무 많은 기업으로부터 HBM 요청을 받고 있고 오픈AI가 스타게이트 사업으로 월 90만 장의 HBM을 공급 요청했다”며 “미래 주도권을 잡으려면 HBM 병목이 핵심 요소임을 알고 남보다 더 많이 확보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정민 기자

이미 SK하이닉스가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도 물량 솔드아웃을 외치고 삼성전자도 매진을 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캠(SOCAMM, Small Outline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을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소캠(SOCAMM)이란?

SK하이닉스 SOCAMM2.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소캠은 이름 그대로 ‘작은 형태의 압축 부착형 메모리 모듈’이라는 뜻이다. 일반 서버용 D램(DDR) 대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주로 쓰이던 저전력 D램(LPDDR), LPDDR5X와 같은 저전력 D램을 사용한다. LP의 뜻이 Low Power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힘을 가진 DDR이라는 뜻이 된다.

엔비디아가 독자 추진하는 표준으로 조그만 데다가 탈부착이 가능하다.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예정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다가 LPCAMM보다는 크기가 더 작으면서 정보 이동 통로 수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엔비디아는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에도 소캠을 탑재할 계획이다.

마이크론 소캠2. 사진=마이크론

선두주자는 마이크론이다. 지난달 22일 마이크론은 용량 192GB, 최대 동작속도 9.6Gbps, 이전 세대 대비 용량 50% 증가, 전력 효율 20% 이상 향상된 2세대 소캠 샘플 출하를 공식 발표했다. 소캠1도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했었다.

문제는 거대 팹리스 엔비디아의 결정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기술 문제로 소캠1에서 소캠2로 전환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LPDDR5X 발주 물량을 배정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마이크론에 몰아줬던 소캠과 LPDDR 물량 체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자 업계와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소캠2용 LPDDR5X 물량으로 삼성전자에 100억Gb, SK하이닉스에 110억Gb를 배정한 것으로 관측됐다. 마이크론은 70억Gb로 배정 물량이 3사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만들기 까다로운 HBM… 그럼에도 소캠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SK하이닉스 HBM 반도체.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정민 기자

HBM의 기술 우수함은 파운드리·팹리스를 포함해 전자업계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HBM 제작의 까다로움과 그에 따른 공급 부족이다. 지난 5월 이미 SK하이닉스가 2025년 HBM 물량 완판을 언급한 데 이어 2026년 상반기 물량 예약을 언급했었는데 6개월이 지난 현재 2026년 물량 매진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D램 여러 개를 한 번에 수직으로 쌓는 HBM 구조상 제조 난도가 높아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관리가 어려운 점도 HBM 공급 부족의 원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HBM 테스트·선별을 위해선 미세공정 라인, 적층 설비, 와이어 본더, 고가의 검사 장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도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디스매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공급 리드타임이 긴 상황에서 병목 현상이 존재하며, 작년에는 GPU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메모리 등) 다른 곳에서 병목이 있다”며 “당장 공급을 늘릴 획기적인 방법이 없으며, 청주 공장을 포함한 생산 라인은 최대 4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메모리 업계에는 슈퍼사이클이겠지만, 반대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시장 혼란 등)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될 수도 있다”며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SOCAMM2.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일각에서는 소캠이 TSV(실리콘 관통 비아) 3D 적층이 중심이 되는 HBM과 달리, 2D 패키지 구조 및 와이어 본딩/기존 모바일 D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공정 난이도가 낮고 만들기 쉬운 점을 강조한다. AI가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지금 상황에서 소캠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이 하나의 목소리다.

다만 소캠이 HBM을 100%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처도, 성격도 다르기 때문이다.

소캠은 AI 서버용 x86 CPU, 온디바이스 AI PC, ARM/AI 전용 SoC에 들어가는 반면 HBM은 슈퍼컴퓨터, 빅데이터 서버, 대규모 AI 클러스터에 필요하다. 모든 부품을 HBM으로 메우려는 시도에는 소캠이 대신 들어갈 수 있으나 소캠이 HBM의 100%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과 소캠은 D램으로 만들어져 AI 시장에서 쓰이는 매물로 타깃팅이나 사용처는 다를 수 있으나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라면서도 “HBM은 데이터센터 등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곳에 쓰이기 때문에 시장에 따라서 수요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BM이 조립부터 해서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이 까다롭고 베이스 다이 밑에 스탠다이 로직백 쪽에도 공수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 걸 감안하면 공정 난이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HBM과 소캠, LPDDR은 용도도 사용처도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