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무대에서’ 영원한 배우 이순재, 25일 새벽 별세 … 향년 91세
배우 이순재가 11월 25일 새벽에 별세했다. 향년 91세. 아직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순재는 마지막까지 ‘배우’였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그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했다. 특히 2024년에는 <개소리>로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순재는 1934년 11월 16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대학 시절,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의 캡틴 딕 스코트 역으로 무대에 처음 올랐다 1958년 HLKZ-TV에서도 <지평선 너머>를 연기했다.
그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시청률 65%를 기록했다.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사극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코믹한 모습을 선보이며 새로운 팬층을 형성했다. 또한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서는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이를 잊은 체력을 자랑했다.
연극 무대에서 <리어왕>,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등에서 활약하며 대학로의 방탄노년단으로 불리며 연기 열정을 이어갔다. 특히 2021년 연극 <리어왕>에서 200분에 달하는 대사량을 완벽히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다.
영화 배우로서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1963년 <그 땅의 연인들>을 시작으로 <영자의 전성시대>, <미워도 다시 한번 '80> 등 1980년대까지 스크린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0년대 들어, 이순재는 <모두들, 괜찮아요?>(2005)와 <원조>(2005) 등으로 다시 영화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2006년에는 <음란서생>과 <윤서 부>에서 특별출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2009년에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 김정호 역을 맡았다. 특히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업(Up)>에서는 칼 프레드릭슨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최고의 더빙 연기를 선보였다.
2010년대에도 그의 활동은 끊이지 않았다. 2011년에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로맨틱 헤븐>, 2017년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서 박중식 역을 맡았고, 2018년에는 <덕구>에서 덕구할배 역할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2019년에는 <로망>, 2020년에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목소리 연기를 통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고, 2022년에는 <안녕하세요>에서 인수 역할로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친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4년에는 <대가족>에서 큰 스님 역할을 맡았다.
이순재는 정치 활동에도 나섰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중랑구 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 재도전해 당선됐다.
이순재는 평생을 연기에 바친 그의 헌신과 열정을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받았다.
주요 상으로는 제2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극부문 연기상(1966), 제11회 부일영화상 신인남우상(1968), TBC 연기대상 대상(1970), 제6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애독자 인기상(1970), 제15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1972), 제9회 한국방송대상 TV 연기상(1982), MBC 명예의 전당(2002), KBS 연기대상 대상(2024) 등이다. 또한 2018년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며, 한국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