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배달앱에 입점한 까닭? 1시간 배송 전장 넓히는 플랫폼의 셈법

배달의민족 이마트 홈플러스 등과 연합전선 구축... 퀵커머스 주도권 확보 위한 적과의 동침

2025-11-25     최진홍 기자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과 배달 플랫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둔 대형 유통사들이 배달앱의 물류망에 올라타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장보기 시장의 판도가 퀵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의 즉시배달 장보기 서비스 배민B마트를 포함해 국내 주요 유통 브랜드 5곳과 함께 배민장보기페스타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할인 프로모션을 넘어 주문 후 1시간 내 배송이라는 퀵커머스 경험을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하려는 시도다. 참여 기업의 면면을 보면 유통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마트와 GS더프레시 홈플러스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국내 대표적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배달의민족 앱이라는 하나의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다.

소비자는 배민 앱 내 장보기·쇼핑 탭에서 각 브랜드의 인기 상품을 비교하고 즉시 주문할 수 있다. 이번 프로모션을 위해 배민B마트는 계란과 삼겹살 등 인기 상품 10종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주요 브랜드별 대표 상품 가격도 공개됐다. 이마트 햇귤 2.5kg은 11980원 GS더프레시 양념칼집구이 800g은 9900원에 판매된다. 홈플러스는 팽이버섯 3봉을 1990원에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딸기 500g을 15900원에 선보이며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돼지고기 목심 1kg을 16900원에 내놓는 등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적용했다.

사진=회사 제공

배달의민족은 30000원 이상 주문 시 브랜드와 상관없이 무제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최소 7000원에서 최대 17000원에 이르는 개별 쿠폰팩을 지급하며 공격적인 모객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합전선을 두고 새벽배송을 넘어 분 단위 배송 경쟁으로 치닫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한다. 오프라인 유통사는 배달의민족이 보유한 이륜차 물류망을 통해 배송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플랫폼은 자체 재고 부담 없이 상품 구색을 대폭 늘리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쿠팡이츠 등 경쟁사가 무료배달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을 넘어 생필품과 신선식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물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앱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고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우아한형제들 이효진 커머스부문장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대신 배민으로 장을 보는 것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며 “이번‘배민장보기페스타’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즉시배달의 편리함을 동시에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