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여행은 지금이 적기…한일령·달러 강세에 유통가 기대감 확산
中 정부, 자국민에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원·달러 환율 1400원 중후반
중일 관계가 빠르게 냉랭해지며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가성비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유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호텔, 레저 등 여행업계를 비롯해 백화점, CJ올리브영, 다이소 등 유통업계 전반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일 갈등에 양국 관광객 한국 향하나?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존립위기 사태란 주변국 사태 등으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후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 온 중국 정부는 해당 발언을 문제 삼으며 자국민에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영화 상영 중단, 일본 수산물 수입 재차 중단 조처를 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이에 일본 측은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발언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중국이 일본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잇달아 중단하는, 이른바 ‘한일령(限日令)’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일 마찰로 양국의 경제, 문화가 단절된 만큼 한국이 이를 대체할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여행·유통업계의 즉각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뒤 중국 내 일본 단체 여행 취소 움직임과 함께 여행사 차원의 상품 삭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해당 수요가 인접국인 한국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여행 플랫폼인 ‘취날(去哪儿·Qunar Travel)’의 집계 결과 지난 15일과 16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 국가는 한국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여행 플랫폼 ‘DAST’는 24일 기준 중국과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주요 도시를 오가는 12개 노선의 항공편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국제항공 등 항공사도 현재 일본 노선에 대한 전액 환불 또는 여정 변경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여행업계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이미 상호 무비자로 관광객 수요가 회복세인 상황이었는데, 이번 일까지 터지며 긍정적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아 현업에서도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이를 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일본 여행을 취소한 이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으로도 분산될 것이기 때문에 반사이익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황을 더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떨어진 환율에 한국 ‘가성비’ 관광지로 부상
이와 함께 장기화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도 당분간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던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 경비 절약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며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엔화가 900원대 초반대에서 1000원대 초반에 머무는 엔저가 장기화하며 올 한 해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한 바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전망에 이들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영향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한 백화점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3분기 롯데백화점은 본점의 외국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 느는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리포트에서 “4분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이 10%를 상회하며 매우 양호한 성장 기록 중”이라며 “4분기는 연중 이익의 비중이 가장 큰 시기로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면서 주요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 손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다이소와 CJ올리브영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기업의 매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소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11월 1일~20일) 다이소 명동역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결제수단(알리페이·위챗페이·은련페이)을 통한 결제 금액과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200%, 130% 신장했다.
CJ올리브영도 외국인 방문객 증가 영향으로 성수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 6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지난해 11월 평균 40%에서 올해 10월 70%까지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행의 경우 유학이나 비즈니스 등에 비해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 영역”이라면서도 “최근 K콘텐츠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여러 가지 대외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올 4분기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