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두나무 세기의 빅딜③] 두 거인이 노리는 것은? "추진력과 추진력, 그리고 추진력"

네이버, '성장 정체' 돌파구로 '두나무의 현금' 선택 "영업이익 3조 클럽 정조준" 두나무, '대기업 규제 족쇄'와 '카카오 꼬리표' 떼고 네이버 방패 뒤로 서로의 결핍 완벽히 메우는 전략적 제휴… AI·로봇 투자 실탄 확보

2025-11-24     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두나무의 딜에는 각 기업이 처한 절박한 현실과 치열한 셈법이 숨어 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양사 내부 관계자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고 입을 모았다. 

왜 지금 시점이어야 했으며, 서로가 서로를 원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네이버는 큰 흐름을 탔다. AI 시대를 맞아 거대한 혁신의 불꽃을 일으키며 실적 측면에서도 선방하는 중이다. 그러나 속살을 드여다보면 생각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주력 사업인 검색 광고 시장은 구글과 유튜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커머스 분야는 쿠팡의 독주와 알리·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주주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갔다. 글로벌 시장 진격까지 쾌속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역시 판을 흔들 확실한 '한 방'이 절실했다.

특히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페이(간편결제) 사업 외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고전 중이었다. 당장 대출이나 보험 중개는 기존 금융권의 견제와 규제로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매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현금으로 쓸어 담는 두나무가 네이버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두나무는 2024년 기준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 제조기'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두나무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면 단숨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 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며 "꿈의 숫자인 '영업이익 3조 클럽' 가입이 가시화되면 주가 부양에도 확실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두나무가 보유한 수조 원대의 현금성 자산은 네이버가 AI 및 로봇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미래 기술에 투자할 실탄이 되어줄 수 있다. 즉 네이버는 두나무의 현금 창출력과 미래 금융 기술을 수혈받아 정체된 성장판을 다시 열고자 한 것이다.

사진=업비트

그렇다면 두나무는 어떨까? 두나무의 고민은 '돈'이 아니다. 이미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기며 가상자산 기업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스켑이 꼬인다. 가상자산 기업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된 것은 훈장이 아닌 족쇄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처기업으로서 누리던 혜택은 사라지고 재벌과 똑같은 수준의 공시 의무와 내부거래 규제를 받게 됐다. 더욱이 업비트라는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와,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널뛰기하는 실적 변동성은 기업 가치를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데 걸림돌이었다.

무엇보다 송치형 회장에게는 '카카오 리스크' 해소가 시급했다. 두나무는 초기 카카오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고 카카오톡 계정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모았지만, 최근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문어발 확장 논란이 불거지며 '범 카카오 계열'로 묶이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 카카오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하거나,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은 파트너가 필요했다.

네이버와의 합병이 두나무에게 완벽한 '신분 세탁'의 기회인 배경이다. 실제로 네이버라는 국내 최고의 IT 기술 기업의 일원이 됨으로써, 단순한 코인 거래소를 넘어선 '종합 핀테크 테크 기업'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규제 장벽을 넘을 때도 네이버의 강력한 대관 및 법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두나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라는 든든한 방패 뒤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업과 같은 공격적인 확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며 "네이버의 '명분'과 두나무의 '실리'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