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작심 발언 "금산분리 완화 요구는 기업 민원"
대통령 재검토 주문에도 공정위 반대 기조…경제계 "규제 강화, 투자 경쟁 역행"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기업의 민원 때문에 수십 년 된 규제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부처 간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도 "핵심은 투자 촉진이지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의 발언은 대통령실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정책 추진 방향과 조율 과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간 통일된 의견인지, 부처 간 합의를 보는 과정인지'에 대한 질문에 "저는 다른 입장"이라고 답하며 "각각의 위치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예외 적용에도 반대했다.
그는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전략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투자 촉진)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일반지주사의 자산운용사 소유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자회사를 확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산분리 완화는)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본격화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가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향후 정책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공정위는 기업 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총수 일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신규 상장할 경우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경제계는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범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더니 오히려 강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며 "어떤 기업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