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작심 발언 "금산분리 완화 요구는 기업 민원"

대통령 재검토 주문에도 공정위 반대 기조…경제계 "규제 강화, 투자 경쟁 역행"

2025-11-24     김호성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기업의 민원 때문에 수십 년 된 규제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부처 간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도 "핵심은 투자 촉진이지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의 발언은 대통령실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정책 추진 방향과 조율 과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간 통일된 의견인지, 부처 간 합의를 보는 과정인지'에 대한 질문에 "저는 다른 입장"이라고 답하며 "각각의 위치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예외 적용에도 반대했다.

그는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전략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투자 촉진)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의한 일반지주사의 자산운용사 소유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자회사를 확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산분리 완화는)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본격화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가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향후 정책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공정위는 기업 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총수 일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신규 상장할 경우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경제계는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범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투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더니 오히려 강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며 "어떤 기업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