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법 패소 대비 ‘관세 플랜B’ 만지작
“지더라도 즉시 복원” 보호무역 기조는 이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관세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대법원이 트럼프식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더라도 우회로를 찾아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대법원 패소 시나리오에 맞춰 일명 '플랜B' 옵션을 연구하는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당국자들은 행정부가 패소 판결 직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단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대법원 첫 구두변론 당시 보수 우위의 대법관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으나, 법적 정당성이 흔들리자 대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대통령은 의회가 부여한 비상 관세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했고 승리를 확신한다"면서 "행정부는 무역 적자 해소와 제조업 복귀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 역시 지난 18일 "승리 확률을 50대 50 이상으로 보지만, 지더라도 행정부는 모든 관세를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한 대체 수단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와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으로, 이미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122조는 심각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관세법 338조다. 이 조항은 미국 무역을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다만 338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적용 시 새로운 법적 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 수단들이 기존 IEEPA 기반 관세보다 시행 속도가 느리고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2조의 경우 150일 이후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새로운 관세 조치가 현 시스템으로 징수한 관세의 환급 문제와 얽혀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지난 19일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패소하더라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관세 수익을 재원으로 1인당 2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히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우익 성향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블룸버그에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하더라도 즉시 관세를 회복시킬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관세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남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