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충격은 이미 반영됐지만…27일 금통위, 금리인하 기조 변경? '촉각'
정책문구 수정 가능성 소수의견·성장률 전망 조정도 변수
오는 2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말 금융시장 최대 이벤트로 부상했다.
국내 기준금리는 연 2.50%로, 이번 회의에서도 동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시장은 동결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고 금리 결정 자체가 충격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동결 여부보다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금리인하 기조가 유지되거나 수정될지에 쏠려 있다.
◆ '금리인하 기조' 수정할까?
올해 들어 한국은행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며 금리인하 사이클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불안, 금융불균형 우려 등이 겹치면서 인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정책문구에서 금리인하 기조를 표현하는 문장이 삭제되거나 수정될 경우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문구 변화만으로도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전망 수정치도 함께 공개된다. 잠재성장률 1.8%를 웃도는 수준으로 내년 성장률 전망이 상향될 경우 금리인하 필요성이 약화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성장률 상향 폭이 제한적이라면 통화정책 전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인플레이션 경로, 미국 관세 대응, 내수 회복 속도 등 대외·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시장은 한은이 지난 8월 내놓은 올해 0.9% 및 내년 1.6%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총재도 지난주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있다고 밝혔다.관건은 잠재성장률인 1.8%를 넘어서는 내년 전망치가 제시될 것인지다.
국내 대표적인 거시경제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1.8% 성장을 예상했고,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내다봤다
한은이 2% 등 대폭 상향된 전망치를 내놓는다면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완전히 소멸할 수 있다
반면 KDI와 같은 1.8% 수준이라면 올해 저성장에 따른 마이너스(-) GDP 갭에 대한 총재의 평가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갭을 메우기 위한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었지만, 지난주 외신 인터뷰에서는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하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었다.
신성환 금통위원의 소수의견 여부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는 올해 회의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지속 제기해왔기 때문에 의견 변화가 있을 경우 정책 전환 시점을 내다보는 시장의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다수의 표심이 어떻게 모일지도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사다.
◆ 채권·환율·증시, 한번 더 충격?
금리 결정 결과보다 정책기조 변화 여부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 상승과 증시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시적인 금리 되돌림이 나타났다.
외국인 역시 주식과 선물 시장에서는 순매도를 지속하면서도 현물 채권을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흐름과 정책기조 전환 사이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면 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하겠지만 내년 하반기까지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금리인하 문구가 삭제되거나 수정된다면 채권금리 상승,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환율 강세 등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정책 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총재 기자회견 발언과 전망치 수정 폭까지 종합적으로 해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금리인하 사이클의 종결론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으며 한은의 정책 방향이 내년 전반기 내내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결 자체는 충격이 아니지만 향후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게 해줄 정책 문구가 시장의 가격 변동을 좌우하는 셈이다.
종합적으로 볼때, 27일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 통화정책방향문, 성장률 전망치, 소수의견, 총재 발언까지 모든 요소가 시장을 흔들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