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운명을 건 비상, 아이온2 게임의 판 뒤집는다
아이온2 "등판, 성공적"
엔씨소프트(NC)의 사활이 걸린 차세대 MMORPG 아이온2가 11월 19일 한국과 대만 시장에 동시 출시, 시장의 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엔씨소프트에게 아이온2는 단순한 신작 발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안팎의 우려 속에서 엔씨의 구원투수이자 미래를 책임질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명확하다. 엔씨소프트의 승부수는 통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지만, 아이온2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MMORPG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폭발적 초기 지표, 수치로 증명된 대세감
아이온2의 초반 기세는 파죽지세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출시 전부터 수차례의 방송과 사전 체험을 통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이 게임은 뚜껑을 열자마자 기록적인 수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단숨에 석권한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특히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은 실제 이용자들의 유입 규모다. 출시 2일 만에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15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침체기였던 국내 MMORPG 시장에서 보기 드문 메가 히트급 지표다.
출시 첫날 자정에는 기대감에 부푼 이용자들이 일시에 몰리며 일부 서버에서 대기열이 3만 명 이상 발생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트래픽이 집중되며 일시적인 서버 불안정 현상이 있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아이온2에 쏠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하는 사례로 남았다.
PC방 점유율 순위 변동은 아이온2가 불러온 지각변동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임 데이터 플랫폼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1월 20일 기준 아이온2는 PC방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장기간 PC방의 철옹성으로 군림했던 메이플스토리와 로스트아크를 제친 순위다.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환경에서 PC방 점유율의 급상승은 이 게임이 단순히 '자동 사냥'을 돌려놓는 게임이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고 몰입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리니지의 그림자를 지우다, 아이온라이크의 탄생
아이온2의 성공이 더욱 값진 이유는 엔씨소프트가 스스로 가장 잘해왔던 방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수익을 견인해 온 것은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BM)이었다. 하지만 아이온2는 이 과거의 문법과 과감히 결별했다.
엔씨소프트 경영진은 과금 유도와 자동 사냥 중심의 플레이를 배제하고, 월 정액 형태의 멤버십과 꾸미기 위주의 외형 상품을 핵심 BM으로 채택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파이널 판타지 14 같은 글로벌 대작들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모든 이용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실력으로 경쟁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아이온2에는 과도한 BM을 넣지 않고 이용자 친화적으로 구성했다. 모수를 늘리는 데는 가벼운 수익모델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힌 경영 철학이 게임 곳곳에 녹아든 것이다.
이러한 '착한 BM' 전략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돈을 써야만 이길 수 있다는 P2W(Pay to Win)의 피로감에 지쳐있던 게이머들은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아이온2의 환경에 환호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할수록 재밌다, 게임하기 편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소인섭 아이온2 사업실장이 언급했듯, 아이온2는 앞으로 나올 MMORPG들이 '아이온 라이크'라는 별명을 갖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진정성 있는 소통, 운영의 묘를 살리다
게임의 완성도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엔씨소프트의 달라진 운영 태도다. 과거의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이용자와의 스킨십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개발진은 출시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쏟아지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즉각 수렴했다. 여러 공지를 통해 발 빠르게 소식을 알리는 것은 물론,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직접 듣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히 이용자 의견을 반영한 두 차례의 업데이트를 신속하게 단행한 점은 운영진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버 불안정 이슈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고 빠른 대응을 통해 복구를 완료하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갔다. 이러한 이용자 친화적 운영은 초기 이탈을 막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개발진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게임의 장기 흥행을 위한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보는 재미도 잡았다, 스트리밍 시장의 자발적 흥행
별도의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한 현상은 아이온2의 게임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지표다. 출시 당일인 19일 오전, 스트리밍 플랫폼 SOOP(구 아프리카TV)에서는 9만 7,000명, 치지직에서는 9만 4,000명이 아이온2 방송을 시청했다. 합산 약 19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아이온2의 플레이를 지켜본 셈이다.
숙제 방송(유료 광고 방송)이 아닌, 스트리머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선택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는 게임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특히 후판정 시스템을 도입한 수동 전투와 던전 공략의 재미는 방송 소재로서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우루구구 협곡과 같은 인스턴스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의 기믹을 파해하며 공략해 나가는 모습은 과거 MMORPG의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한편 아이온2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구축된 그래픽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원작 시점에서 200년이 흐른 뒤 무너진 아이온 탑과 데바의 몰락을 다룬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은 최신 기술력을 만나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백승욱 총괄 프로듀서가 자신했듯, 아이온2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걷고, 날고, 헤엄치며 탐험할 수 있는 완전한 세계를 구현해냈다.
특히 원작의 상징이었던 비행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졌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월드 탐험의 핵심 기제로 작동하며, 바람길을 타고 이동하는 상쾌한 경험은 이용자들에게 잊고 있던 비행의 로망을 선사했다. 지스타 2025 현장에서 한국게임기자클럽이 선정한 '게임 오브 지스타 2025'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와 게임성이 결합된 결과였다. 당시 시연 부스에는 4시간이 넘는 대기열이 형성될 정도로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엔씨소프트의 진정한 비상은 이제 시작이다
아이온2의 초반 흥행은 엔씨소프트가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저력 있는 개발사임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잃어버렸던 게이머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좇는 게임이 아닌, 재미를 좇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진심이 시장에 통하고 있다.
김택진 최고창의책임자(CCO)가 언급했듯, 아이온2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이온2는 수동 조작이 필수인 게임인 만큼, 평일보다 주말에 이용자 수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출시 초기에도 흥행 기조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7년 전, 천계와 마계의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잠 못 들게 했던 아이온의 날갯짓이 2025년 아이온2라는 거대한 태풍이 되어 돌아왔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통해 리니지라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법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의 실적 개선을 넘어, 한국 MMORPG의 부흥을 이끄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진짜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