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고령화 속 구조 재편…"'평생직·N잡형 전문직'으로 이동할 것"
2001년 41세 → 2022년 51.4세… 설계사 연령 변화 뚜렷 AI와 결합하며 역할 재정의… 설계사 직업 ‘관계 기반 전문직’으로 전환 보험硏 '보험설계사 직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 발표
보험설계사 시장의 인력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50대를 넘어섰고, 젊은 층의 신규 유입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보험 영업 채널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 설계사 평균 연령은 2001년 41세에서 2022년 51.4세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 증가 폭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험 응시 연령 변화에서도 고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9세 이하 응시자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4년 12.2%로 줄었다. 반면 40~59세는 44.9%에서 55.8%로 늘었고, 60세 이상은 1.3%에서 9.7%로 증가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설계사는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근무시간 제약도 크지 않아 만족도가 높은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청년층은 소득 변동성과 낮은 사회적 이미지 등을 이유로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 자리를 중·장년층과 고령층, 그리고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이른바 N잡러가 채우면서 설계사 인력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고정급 및 4대 보험 지원이 없고, 근로시간 기준이 없으며 소득은 실적에 따른다. 이러한 구조는 업무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초기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같은 회사에서 13개월 이상 일하는 설계사는 전체의 40% 수준에 그친다"며 "신입 설계사 상당수가 1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양극화도 심각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3년 설계사 평균 연소득은 5563만원이지만, 이는 상위 15.7%의 고소득자 비율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경력 2년 미만자의 소득은 3100만원대에 불과하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 연구위원은 "전업·부업 설계사가 통합된 통계로 실제 소득 수준에 대한 오해도 크다"고 지적했다.
설계사 고령화가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보험 상품은 의료기술 발전으로 구조가 복잡해졌고 청약과 약관 설명 과정도 태블릿을 포함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령 신규 설계사 상당수는 상품 이해도와 디지털 기기 활용에서 어려움을 겪어 불완전판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공지능(AI)기반 상담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설계사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과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AI는 복잡한 상품 설명과 약관 안내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보험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재무설계사(FP)와 임직원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 3종을 도입해 상담준비, 고객 보장 분석, 문서 작성 등 핵심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FP전용 '보장분석 AI 서포터'는 고객 보장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제공해 상담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AI 기반 교육과 실무 적용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
신창대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8월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AI 활용 역량은 보험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비즈니스 전 프로세스에서 AI를 접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AI-DX 선도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AI 활용, 수수료 체계 개선, 교육 표준화까지 정착된다면 설계사 직업의 신뢰성과 소득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보험설계사는 과거 '보험아줌마'로 불리던 시기를 지나 대학 졸업자가 진입하는 전문직으로 전환된 것에 이어, 향후 중·장년층 중심의 평생직업이자 N잡러의 참여가 확대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