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등 완성차 시장 인도, 14억 인해전술로 중국 잡을까?
FY25 기준 승용 430만·상용 96만대 신차 판매 인구·약한 규제·China+1 등 가능성 무궁무진 인도 정부, 자동차 제조 가치사슬 내재화 최우선
인도가 14억 인구의 잠재 수요와 산업 기반 등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제조와 소비의 주요 거점이 될 기본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화 규제가 강한 선진 자동차 시장에 비해 기존 내연기관화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완충지대에다가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 다변화 흐름에 올라타 글로벌 완성차 생태계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보급률 낮아 성장 가능성↑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인도가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승용차 430만대·상용차 96만대가 판매된 단일 국가 기준 세계 3위의 완성차 시장임을 밝혔다.
2022년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의 뒤를 이었으며 회계연도(FY)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신차 판매량이 60.3% 증가했으며 특히 2·3륜 차량 중심시장이라는 특성이 눈에 띈다. 2·3륜차를 포함한 FY2025 인도의 신차 판매량은 연간 약 2561만대인 반면 자동차는 비중이 20.5%에 불과하다.
특유의 높은 인구 밀집도와 취약한 교통 인프라 등으로 컴팩트·저가기술 자동차가 주류를 이룬다. 기존 고밀도 도심에 외곽 인구가 더해지며 도로망 확장 속도가 교통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과 사회 전반적으로 고가 차량 구매력이 부족하고 도심에서는 정체와 저속 충돌이 빈번해 에너지 효율과 정비성이 좋은 차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온과 강우가 빈번하고 해안이나 산악 지역이 많은 것도 이유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인도에서 판매된 완성차 순위를 보면 Maruti Wagon R, 현대자동차 Creta, Tata Nexon 등 컴팩트 SUV가 주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3위의 대형시장이지만 여전히 인구 대비 자동차 보급률이 낮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는 자동차 보급 초기 단계 국가로 보급 비율이 인구 1000명당 34대 수준으로 미국 772대·한국 455대에 비해 보급률이 낮다.
14억5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연간 6%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고려하면 자동차 신규 수요와 이미 보급된 2륜차의 전환 수요 측면에 기반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다. 보통 경제 성장 과정 중 1인당 GDP 3000~1만 달러 구간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2륜차가 자동차로 전환된다. 인도는 인구 1000명당 2륜차가 185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과 친환경 사이 균형 정책 기조, 승용 전기차 보급은 지연
인도는 산업화 후발국으로서 산업 육성과 기후 문제 해결 사이에서 균형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시기를 주요국 대비 늦은 2070년으로 설정했으며 기후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산업 육성과 경제 성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정책 초점으로 지정했다.
다른 주요국이 승용차를 전동화 대상으로 설정한 것과 달리 2·3륜차와 정부 개입의 효과성이 큰 버스 등의 전동화에 집중한다. 그 결과 승용차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이 대다수이며 EV 신차 비율도 2.7%로 낮은 반면 2륜차와 3륜차는 각각 6.2%·22.6%로 전동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동화와 함께 CNG, 바이오연료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국내 여건을 고려한 동시에 자국 전기차 산업 성장을 기다리는 정책적 유보로 판단된다. 2030년까지 가솔린 연료에 에탄올 20%을 의무화하는 E20 제도가 최근 통과된 것을 친환경성과 함께 사탕수수와 에탄올, 자동차의 연결고리로 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평가도 존재한다.
다만 제품 선호도와 충전 인프라 부족의 한계로 승용 전기차 보급은 지연되고 있다. 내수 자동차 수요가 저가 컴팩트 모델에 집중되고 있으며 전기차 전환 시 비용 상승과 대용량 배터리 탑재의 어려움이 전기차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전력망 신뢰도가 낮고 노상 주차 비중이 높아 충전 인프라 운용이 불안정적인 점도 요인이다.
약한 규제·중국 의존 극복, 글로벌 완성차 거점 유력
인도는 전략적 선택지이자 China+1 전략의 유력 후보지로서 글로벌 완성차의 제조·소비 거점의 조건을 갖춘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우선 규제가 강한 선진 자동차 시장과 달리 인도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존재해 완성차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인도·한국·일본 등 완성차 기업 대다수가 현지 생산 용량을 확대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로컬브랜드 점유율이 극히 높은 중국 시장에서 상실한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과 중국 기업들도 인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자체 시장 성장세와 별개로 인도는 자동차 부문에서 China+1 전략의 유력한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세계 제조업 전반에서 지정학 리스크, 인건비 상승 가능성 등을 이유로 중국에 집중된 공급 사슬을 다변화하려는 흐름이 존재하며 특히 EV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은 그 중심에 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 고속 성장기와 유사한 경제수준, 14억5천만 인구의 잠재 수요, 기술과 생산 기반 등 인도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와 소비의 주요 거점이 될 조건을 갖췄다. 이에 인도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가치사슬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Make in India 기조하에 파워트레인 전동화 시대에 부응하는 공급망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동시에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해 현지 생산을 배제한 완성차 수입을 억제하는 최종 목표는 자동차 제조 가치사슬 전체를 내재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