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사우디서 꺼낸 '스테이블코인' 카드, 두나무와 혈맹 예고?

스마트시티 넘어 '금융 인프라' 수출로 전선 확대 부동산 연계 코인 구상,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지분 맞교환설에 무게 26일 이사회 안건 주목… '네이버표 중동 디지털 화폐' 탄생하나

2025-11-21     최진홍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의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심장부에서 스테이블코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디지털 트윈, 로봇, 클라우드 등 기술 인프라 수출에 주력해 온 네이버가 디지털 금융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고 중동 공략의 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발언은 업계에서 파다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설과 맞물리며 양사의 협력 관계가 단순 제휴를 넘어선 혈맹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1일 네이버와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 등에 따르면 이해진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부동산 전시회 시티스케이프 글로벌 2025에 참석해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기존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넘어 부동산 투자 및 경제 시스템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데이터센터 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2022년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네이버의 기술력에 매료됐던 알호가일 장관이 이번에는 네이버를 사우디의 금융·경제 시스템 파트너로까지 격상시킨 셈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핵심은 단연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부동산 거래, 결제, 투자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즉, 네이버가 사우디의 도시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흐르는 자본이라는 소프트웨어까지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의장의 이러한 광폭 행보는 네이버 내부의 지배구조 및 파트너십 전략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6일 열릴 이사회에서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간의 포괄적 주식 교환 승인 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왼쪽)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국제 엑스포' 현장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나 선물을 주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약 이 딜이 성사된다면 이 의장의 사우디 발언은 단순한 구상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실행 계획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보유한 강력한 플랫폼 및 페이 시스템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사우디 국부펀드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중동발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국내 규제에 막혀 있던 블록체인 금융 사업의 활로를 중동에서 찾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네이버의 중동 공략 전술도 한층 정교해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 동행하며 '세일즈 외교'의 최전선에서 AI와 B2G(기업·정부 간 거래) 사업을 챙기는 동안, 이 의장은 사우디에서 더 거시적인 차원의 '미래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이 직접 사우디 장관을 만나 스테이블코인을 언급한 것은 네이버의 중동 사업이 2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두나무와의 지분 섞기가 현실화된다면, 네이버는 사우디라는 거대한 테스트베드를 통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