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의 배팅은 성공한다 [IT큐레이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카톡 이탈설… ‘국민 메신저’의 철옹성은 견고했다 개편 논란에도 MAU 4800만 유지, ‘록인 효과’ 재확인 ‘조용히 보내기’ 등 생활 밀착형 기능으로 사용성 강화 “결국 답은 AI” 카나나(Kanana)로 그리는 슈퍼앱의 미래

2025-11-20     최진홍 기자

카카오톡이 최근 단행한 대대적 앱 개편은 대한민국 디지털 생태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친구 탭의 인스타그램화, 숏폼 콘텐츠의 전면 배치 등을 두고 “국민 메신저의 정체성을 잃었다”, “광고판이 되었다”는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탈(脫) 카톡’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너도 나도 이때다 싶어 한마디씩 보탰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데이터가 말해주는 현실은 냉정했다. 카카오톡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카카오는 이 소란 속에서 실속을 챙기고 AI(인공지능)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이터로 증명된 ‘대체 불가’ 플랫폼
지난 9월과 10월, 온라인 커뮤니티는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으로 들끓었다. “조잡하다”, “쓰기 불편하다”는 원성이 자자했고, 앱 마켓에는 별점 테러가 이어졌다. 심지어 경쟁 메신저인 텔레그램이나 라인, 심지어 네이트온으로 갈아타겠다는 선언도 빗발쳤다. 

다만 ‘온라인 여론’과 ‘실제 사용 패턴’ 사이에는 괴리가 컸다. 당장 18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0월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79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편 전인 8월(4819만 명)과 비교했을 때 감소 폭은 고작 0.4%에 불과했다. 통계적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용자 이탈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타 메신저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업무용 메신저로의 회귀를 노렸던 네이트온의 경우 8월 대비 사용자가 94.5% 폭증하며 55만 명을 기록했으나, 이는 카카오톡 사용자 규모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수치에서 카카오톡의 지배력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 앱을 넘어 결제, 송금, 선물하기, 인증서, 비즈니스 채널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연결된 디지털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카카오톡을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사회적 연결망의 단절을 의미하기에, 이용자들은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앱을 떠나지 못한 것이다.

사진=회사 제공

비판 수용과 실용주의의 결합
카카오는 다행히 신중하다. "너희들이 뭘 어떻게 할건데?"로 나오면 서로 피곤하지만 다행히 침착했다. 이용자들의 불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플랫폼의 편의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진행된 최신 업데이트는 이러한 카카오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사용자 경험(UX)의 디테일 강화’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단연 조용히 보내기다. 이는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에게 알림음이나 진동이 울리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혹은 상대방이 업무 중이거나 휴식 중일 때 부담 없이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해달라는 이용자들의 오랜 요구(VOC)를 반영한 것이다. 

실험실 기능이 아닌 정식 기능으로 탑재되어, 카카오톡이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배려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도 훌륭하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게 만든 플랫폼의 동력이 다행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추가된 기능들도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당장 즐겨찾기 폴더는 수많은 채팅방 속에서 중요한 인맥이나 채팅방만 따로 모아볼 수 있게 하여 피로도를 낮췄다. 보이스톡 자동 녹음은 업무상 통화나 중요한 대화를 기록해야 하는 니즈를 충족시켰으며 페이스톡 배경 설정: 영상 통화 시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이용자를 위해 배경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URL 미리보기는 스미싱 등 보안 위협에 대비해 전송 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능 개선은 “카카오가 돈벌이에만 급급해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을 상쇄하고,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사진=카카오

양날의 검, ‘위치 공유’와 프라이버시 논쟁
편의성 강화 이면에는 프라이버시 논쟁이라는 뇌관도 존재한다. 최근 업데이트된 ‘친구 위치’ 기능(구 톡친구 위치공유)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최대 1시간까지만 위치를 공유할 수 있었으나 이번 개편으로 시간 제한이 사라졌다. 이용자가 공유를 종료하지 않는 한 실시간으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치매 노인이나 어린 자녀의 안전 확인, 약속 장소에서의 합류 등 생활 편의성이 증대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감시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상시적인 위치 노출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카카오 측은 “상호 동의 하에만 기능이 작동하며 언제든 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초연결 기능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카카오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마이웨이’ 행보는 경영 실적이라는 확실한 성적표로 보상받았다. 카카오는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우려했던 체류 시간 지표가 반등한 점은 고무적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숏폼 탭 신설 등이 이용자 피로도를 높여 체류 시간을 갉아먹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친구 탭과 숏폼 탭의 체류 시간은 3분기 평균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플랫폼 전반에서 트래픽의 질이 향상됐다”고 자평했다.

카카오의 전략이 ‘목적형 메신저’에서 ‘발견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네이버가 검색창 중심의 화면을 뉴스 및 쇼핑 탭으로 개편할 때 겪었던 진통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네이버는 거센 비판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을 즐기는 ‘체류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 역시 메신저라는 강력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커머스,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에이전트’로의 진화,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
이번 사태를 통해 ‘철옹성’을 재확인한 카카오의 시선은 이제 AI(인공지능)를 향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의 개편이 단순한 UI 변경이 아니라, AI 시대를 위한 ‘그릇 만들기’ 작업임을 강조한다. 당장 카카오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의 핵심 키워드는 ‘AI 에이전트’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AI를 카카오톡 안에 심겠다는 것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지금의 카카오톡은 과도기에 놓여져있기 때문이다. 쉰내 난다는 ‘쉰스타’라는 오명과 ‘역대급 실적’이라는 환호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다행히 분명한 것은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신저의 껍질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앞으로 카카오에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편으로 인한 불편함과 늘어난 광고에 대한 피로감을 ‘압도적인 편의성’으로 보상해 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견고한 록인 효과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사용자들은 이미 “불편하지만 대안이 없어서”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카카오가 “너무 편리해서 대체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조용히 보내기’와 같은 세심한 배려 기능과 ‘카나나’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될 때,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를 넘어선 ‘국민 AI 파트너’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의 진짜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