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역할론' 자명한데도…'론스타 승소' 치적 놓고 여야 공방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뒤 정치권에서는 책임과 공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까지 가세하며 논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쓴 '한동훈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진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전 법무부 장관)이 4000억의 국고손실을 막은 것"이라며 "론스타에게 소송비용도 받아낼 수 있게 됐고, 완승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같은 법무부 장관인데 누구는 공공의 이익 7800억을 사기꾼들에게 안겨 주고, 누구는 4000억의 국고손실을 막고, 극적으로 대비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에선 승소율이 1.7%밖에 안 돼 항소해봤자 질게 뻔하다며 결국 소송비용과 이자비용만 늘어날 거라며 항소 포기를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항소 포기하라고 외치던 민주당 측 송모 변호사의 눈부신 활약이 기억난다"고 언급했다.
진 교수가 언급한 송모 변호사는 송기호 변호사로 현재 송 변호사는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다.
당시 송 변호사는 지난 2022년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900억원)와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단이 나왔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판정 취소 신청을 추진하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이며,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 교수는 또한 "최종 승소했다고 발표하는 김민석 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똥씹은 표정이 가관"이라며 "국가적 경사인데, 이분들은 별로 기쁘지 않으신가 보다"라고 했다.
그는 "승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의 이름은 쏙 빼놓고 법무부의 모든 사람들이 애쓴 결과라고 그 공을 두루뭉술하게 돌리는데, 그분들 수고한 건 맞지만 법무부의 모든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노력하지 말고 그냥 포기하라고 종용했던 게 바로 자기들 아니었던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정직하게 한동훈이 옳았다. 우리가 틀렸다.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하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은 이어졌다.
정부의 최종 승소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이재명 정부의 쾌거"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13년 만에 론스타 소송에서 대한민국이 승소했다는 소식 그리고 4000억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들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더불어서 더욱 빛나게 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배상금 0원이라는 기적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정부 당국과 실무진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판정이 이렇게 통째로 취소되는 사례는 흔치가 않은데 국고를 지켜낸 관계 공무원들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뒤늦게 공을 가로채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자들은 론스타 취소소송에 대해 '한동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비아냥댔다"며 "소송 지면 당신이 이자를 대신 낼 거냐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랬던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자들은 황당한 자화자찬 대신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은 없다', '취소는 불가능하다', '소송비만 늘어난다'며 소송을 추진했던 지난 정부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며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성과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승소의 공을 가로채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뻔뻔하다 못해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억지 프레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강득구 의원은 "보수 진영은 또 '숟가락 얹기다', '윤 정부 덕이다'라며 억지 프레임을 들고 나오겠다"며 "이번만큼은 어떤 프레임으로도 덮을 수 없는 명백한 이재명 정부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법무부에서 국제법무국장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소송을 했던 결과"라며 "그냥 '우리 정부가 잘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론스타는 전 정부도 잘했고, 한동훈도 잘했고, 현 정부도 잘했다"며 "4000억 다 우리가 찾아냈다"고 했다.
한편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개입으로 약 46억8000만달러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고, 2022년 8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한국 정부에 2억1650만달러 지급을 판정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전 대표는 즉시 판정 취소 절차를 밟았다. 정부는 18일 ICSID 취소위원회가 원판정을 전면 취소했다고 밝혀 배상 의무는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