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삼키는 새우’ 현실화하나…라포랩스, SK스토아 인수 두고 ‘시끌’
라포랩스, 4050세대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 운영 SK스토아 노조, 단계적 파업 돌입
4050세대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수가 확정될 경우 두 플랫폼의 주요 고객이 겹치는 만큼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있는 한편, SK스토아 노조 측은 라포랩스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으며 단계적 파업에 돌입했다.
퀸잇, SK스토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050 세대를 겨냥한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데이터홈쇼핑 업계 1위 기업인 SK스토아 인수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SK텔레콤의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자회사인 SK스토아는 지난 2015년 SK브로드밴드의 T커머스 사업부에서 ‘Btv 쇼핑’으로 출범한 이후 2017년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이후 2019년 SK텔레콤이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현재 100%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라포랩스는 지난 4일 SK텔레콤을 찾아 SK스토아 인수 실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SK스토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SK스토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른 라포랩스는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4050세대 여성 고객을 핵심 고객층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고 있다. 올 3분기 퀸잇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약 1300개이다.
최근 성장세도 가파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퀸잇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7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 중 4위의 성적으로 에이블리, 무신사, 지그재그의 뒤를 잇는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패션 외에도 홈페이지 내 리빙, 남성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 설립 후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8.7% 증가한 71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라포랩스가 올해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품에 안을 경우, SK스토아의 핵심 고객층과 판매자를 대거 흡수하며 채널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두 채널의 주력 고객층이 4050세대 여성으로 겹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SK스토아의 T커머스 역량이 모바일 기반의 퀸잇으로 이식된다면, 홈쇼핑과 쇼호스트에 익숙한 40대 이상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인수 시 원칙적으로 분리 경영을 할 방침”이라면서도 “SK스토아가 가진 상품 소싱 능력이나 방송 콘텐츠 제작 역량과 퀸잇이 가진 4050세대 겨냥한 마케팅 능력과 이들의 소비패턴 데이터 등이 결합한다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SK스토아 노조 “적자 기업이 1위 기업 사는 것 말도 안 돼”
이렇듯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산하 SK스토아지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두 회사의 체급 차이가 심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SK스토아의 매출은 3023억원으로 라포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인 711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울러 라포랩스가 지난해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창립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외에도 노조 측은 퀸잇의 신용등급이 B+인 점과 현금흐름 등급도 가장 낮은 ‘CR6’인 점도 문제 삼고 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은 지난 11일 SK스토아 지부 조합원에게 발송한 입장문에서 “인수 의향 자본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매년 누적 결손이 커지는 등 재무안정성이 좋지 않다”라며 “SK스토아와 같은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 SK텔레콤은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SK스토아 노조는 지난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시행, 조합원 211명(투표율 99%) 전원 100% 찬성으로 총파업을 의결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 17일부로 단계적 파업에 들어갔으며 향후 전면 파업까지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또한 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상암KGIT센터 광장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SK텔레콤의 매각을 규탄했다.
한편, 현재 거론되는 SK스토아의 예상 매각가는 1000억원~1100억원 수준으로 라포랩스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라포랩스 측은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현재 현금 350억원과 단기 채권 300억원에 더해 VC 한 곳에서 400억원 규모의 투자 확약을 확보했다”라며 “이외에도 9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데이터홈쇼핑 사업자인 SK스토아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5년 주기로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특히 대주주 변경 시 재무 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때문에 방미통위의 결정이 향후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