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2 출시 후 엔씨 하락에 떠는 이들을 위하여 [IT큐레이션]
공개 직후 주가 하락 시장 지배력에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 커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가 19일 자정 한국과 대만 시장에 동시 출시되며 거대한 여정의 닻을 올렸다.
분위기는 다소 아쉽다. 출시 직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뉴스에 팔라'는 심리가 작용하며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는 이번 하락을 일시적인 진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게임의 완성도,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의 전환, 그리고 지스타 2025에서 확인된 폭발적인 유저 반응을 종합할 때 아이온2가 그릴 우상향 곡선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라이크의 그림자를 지우고 아이온라이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글로벌 게임사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그 희망적인 시그널을 심층 분석했다.
"과거의 문법을 파괴하라" 리니지라이크 결별, '착한 BM'의 승부수
아이온2가 업계에 던진 가장 큰 충격파는 바로 수익 모델의 혁신이다.
그동안 국내 MMORPG 시장을 지배해 온,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견인해 온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과금 모델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단순한 전략 수정을 넘어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경영진의 결단이 반영된 결과다.
과금 유도와 자동 사냥 중심의 플레이를 배제했다. 대신 월 정액 형태의 구독형 모델(멤버십)과 꾸미기 위주의 외형 상품을 핵심 BM으로 채택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파이널 판타지 14 등 글로벌 대작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모든 이용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해 오직 시간과 노력, 실력으로 경쟁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이를 두고 "아이온2에는 심한 BM을 넣지 않고 이용자 친화적으로 구성했다. 모수 기반을 늘리는 데는 가벼운 수익모델이 훨씬 더 잘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이 지속되려면 상당히 높은 이용자 베이스가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 아이온2는 엄청나게 많은 오픈월드, 던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서 리텐션(재접속률)이 높고 오래 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매출 폭발력보다는 장기적인 서비스 수명과 충성 고객 확보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다. 소인섭 아이온2 사업실장 역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최근 출시된 게임들 중에서 멤버십과 외형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게임들은 별로 없었기에 저희에겐 아이온2가 큰 도전"이라며 "아이온2가 성공해서 앞으로 나올 MMORPG들이 '아이온라이크'라는 별명을 갖고 나올 수 있도록 판을 바꿔보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스타 2025 달군 아이온2 열풍… 흥행 대박 조짐
시장의 기대감은 지난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현장에서 이미 확인됐다.
엔씨소프트는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100부스 규모의 대형 시연 공간을 마련했다. 단일 게임으로는 최대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온2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리며 평균 대기 시간이 4시간을 넘어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아이온2의 방대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과 역동적인 전투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200가지가 넘는 세밀한 항목을 조절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나만의 캐릭터'를 중시하는 최신 트렌드를 완벽하게 저격했다는 평가다. 또한 대표 인스턴스 던전인 '우루구구 협곡' 시연에서는 후판정 기반의 정교한 수동 전투와 보스 몬스터의 기믹을 파해하는 공략의 재미가 호평을 받았다.
호평은 수상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게임기자클럽은 지스타 B2C 출품작 중 그래픽, 스토리,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하는 '게임 오브 지스타 2025' 타이틀을 아이온2에 수여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한 것은 아이온2가 보여준 게임성이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체적인 완성도를 갖췄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책임자(CCO)는 지스타 오프닝 세션 무대에서 "신더시티와 타임테이커즈는 새로운 슈팅 경험을, 브레이커즈는 판타지적 감성을, 아이온2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릴 것"이라며 "곧 세계 최초로 공개할 신작은 새로운 빛깔의 MMORPG를 향한 우리의 열정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완전한 세계'… 기술력의 정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아이온2는 'MMORPG의 명가' 엔씨소프트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구축된 그래픽은 원작 시점에서 200년이 흐른 뒤 무너진 아이온 탑과 데바의 몰락을 배경으로 하는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압도적인 비주얼로 구현해냈다.
백승욱 아이온2 총괄 프로듀서는 "아이온2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걷고, 날고, 헤엄치며 끝없이 탐험할 수 있는, 원작이 꿈꾸던 모든 이상을 담은 완전한 세계"라고 정의하며 "아이온2에서 데바가 되기 위한 첫 여정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이용자들을 초대했다.
특히 원작의 상징이었던 비행 시스템은 더욱 발전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월드 탐험의 핵심 기제로 작동하며, 바람길을 타고 이동하는 상쾌한 경험은 아이온2만의 독보적인 재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전투 시스템 역시 진일보했다. 기존 모바일 MMORPG의 단순한 스펙 싸움에서 벗어나, 상대의 공격을 보고 피하거나 반격하는 '후판정' 시스템을 도입해 조작의 손맛을 극대화했다. 이는 자동 사냥에 지친 게이머들에게 '직접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되돌려주겠다는 개발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출시 당일 주가가 13%대 급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증권가의 시각은 냉정하면서도 희망적이다. 신작 출시에 따른 재료 소멸로 인한 단기적 차익 실현 매물일 뿐,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게임의 흥행 가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8만 원을 유지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이 장기간 역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신작 출시와 함께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MMORPG 공급 감소는 대작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대기 수요 증가라는 현상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온2가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과금 중심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신작 출시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용자 친화적 BM을 앞세운 아이온2가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신작 라인업도 주가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내년 '신더시티', '타임테이커스', '브레이커스' 등 3종의 게임이 출시되고 연말까지 기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4종의 스핀오프 게임이 출시돼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현재 핵심 라인업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중국 출시, '리니지W'의 글로벌 서비스 지역 확대 등 해외 매출 다변화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도 결국 실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실적 반등의 열쇠,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다
엔씨소프트에게 아이온2는 단순한 신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600억 원, 영업손실 75억 원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핵심 키(Key)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모바일 게임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아이온2의 성공은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매출 목표를 2조 원에서 2조 5000억 원으로 설정한 것도 아이온2의 글로벌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수치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뛰어난 게임성과 완성도를 통해서 MMORPG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아이온2는 한국과 대만 선출시를 통해 콘텐츠의 안정성과 밸런스를 검증한 뒤, 내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서구권 시장에서도 거부감 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콘솔 게임에 버금가는 그래픽 퀄리티를 갖춘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진다.
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P2W)이라는 오명을 벗고 게임 본연의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그들의 진심이 시장에 통한다면, 지금의 주가 하락은 오히려 기회였다는 말로 회자될 수 있다. 물론 엔씨의 뒷심이 받쳐주지 못하면 모든 희망은 안개가 되어 흩어질 것이지만, 17년 전 천계와 마계의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잠 못 들게 했던 '아이온'의 날갯짓이 2025년 '아이온2'라는 거대한 태풍이 되어 다시 한번 전 세계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엔씨소프트의 '진짜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