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UAE '제2의 중동 붐' 넘어 '100년 경제·안보 동맹' "140조 잭팟 터졌다"
인공지능부터 원자력까지 포괄적 협력 발표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단순한 에너지 협력을 넘어 인공지능(AI), 국방, 원자력, 그리고 문화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불가역적인 '100년 동맹'의 닻을 올렸다.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인 카스르 알 와탄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7건의 핵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제적 효과는 AI 분야 200억 달러(약 29조 원), 방산 수출 150억 달러(약 21조 원) 등 직접적인 투자 유치 및 수주 가능 금액만 350억 달러에 달하며 K-컬처 등 연관 산업의 시장 가치까지 합산할 경우 총 1000억 달러(약 140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성과다.
사막의 열기보다 뜨거웠던 '형제의 환대'
이날 회담은 웅장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UAE 측의 환대 속에 진행되었다. 아부다비의 랜드마크이자 국빈 방문의 상징인 카스르 알 와탄 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양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악수를 나누며 양국 간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건설·플랜트 중심의 협력을 미래 첨단 기술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양 정상은 회담 직후 발표한 '한국과 UAE, 백 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확대 회담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은 양국의 100년 동행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방문은 기존의 투자, 방산, 원전, 에너지 등 4대 협력 축을 AI, 바이오, 우주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AI 스타게이트 열다
순방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이다. 중동의 막대한 자본력과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및 인프라 기술이 만나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공동 대응하는 'AI 동맹'이 탄생한 것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올해 초 오픈AI, 엔비디아 등이 UAE와 논의한 총액 1,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UAE를 글로벌 AI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초기 투자 규모만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하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우선적인 협력 대상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지어주는 건설 수주를 넘어, AI 반도체 공급, 클라우드 운영, 전력 공급망 구축까지 아우르는 'AI 풀 패키지' 수출을 의미한다.
양국은 나아가 'AI 분야 협력에 관한 MOU'와 별도로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UAE 아부다비 인공지능·첨단기술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최고위급 정책 공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부다비 내 최대 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피지컬 AI(로봇, 자율주행 등) 기반의 스마트 항만 구축(부산항-칼리파항 연계) ▲AI 전문 인력 교류 및 공동 R&D 추진 등이 포함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국이 축적한 AI 역량이 해외 거대 자본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첫 번째 실질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단순 판매 넘어 공동 개발로"... 21조 원 방산 잭팟, 그리고 원전
국방·방산 분야에서도 수출을 넘어선 '동맹' 수준의 협력이 합의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단순히 무기를 사고파는 관계에서 벗어나 공동 개발, 현지 생산, 그리고 제3국 공동 수출까지 추진하는 '완성형 가치 사슬'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의 중이거나 가시화된 방산 협력 규모는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른다. 이미 UAE에 수출되어 성능을 입증받은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II'와 'K9 자주포'의 추가 도입 논의는 물론, UAE의 국방 인프라 구축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강 실장은 "150억 달러라는 수치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며, 오늘 회담에서 UAE 대통령이 더 큰 규모의 제안을 해와 내부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여, 실제 협력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 방산이 중동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과 UAE 관계의 상징인 '원전 협력' 또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다. 양국은 이날 '원자력 신기술, AI 및 글로벌 시장 협력 파트너십 MOU'를 체결하며, 기존의 바라카 원전 건설·운영을 넘어선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양국은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에너지 믹스 전략을 공유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와 UAE 원자력공사(ENEC)는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바라카 원전은 양국 우정의 상징이자 성공의 역사"라며 "이제는 이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AI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막 위에 세워질 'K시티'... 문화 영토 확장
경제와 안보가 하드웨어라면, 문화는 양국 국민의 마음을 잇는 소프트웨어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 중 하나는 UAE 내에 조성될 가칭 'K시티(K-City)' 프로젝트다.
대통령실은 K컬처 협력의 잠재적 시장 가치를 2030년 기준 약 704억 달러(약 98조 원)로 추산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UAE 측이 AI 기반의 첨단 기술과 의료, 그리고 K팝과 K푸드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클러스터인 K시티 조성에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중동 한복판에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를 365일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 거점이 마련된다. 이는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한국 소비재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가속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이를 위해 '지식재산분야 심화 협력 MOU'를 개정하고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및 기술 유출 방지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체결된 7건의 MOU는 양국 협력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준다. 한-UAE 전략적 협력 프레임워크가 눈길을 끈다. 양국 관계의 최상위 지침으로, 전 분야에 걸친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 분야 협력에 관한 MOU는 데이터센터, AI 알고리즘 공동 연구, 인력 양성 등 실질적 협력이 명시됐다.
우주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는 위성 공동 개발,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 우주 탐사 협력 등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한 우주 경제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며 한-UAE CEPA 경제협력위원회 행정 및 운영 양해각서는 지난해 체결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관세 철폐 및 무역 장벽 해소 가속화에 의미가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 포괄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는 한국의 의료 기술과 UAE의 자본을 결합한 'K메디컬 클러스터' 구축, 제약·바이오 공동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며 지식재산분야 심화 협력 양해각서 개정 약정은 첨단 기술 및 문화 콘텐츠의 IP 보호 강화에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신기술, AI 및 글로벌 시장 협력 파트너십 MOU는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 및 제3국 진출 공조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실질적 경제 동맹의 출발선"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재계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우호 과시용 행사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먹고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실질적인 경제 동맹의 출발"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1000억 달러'라는 숫자는 단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AI 분야 200억 달러와 방산 150억 달러는 이미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계약 단계에 근접한 '상수'에 가깝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기에 K컬처와 의료, 우주 분야의 잠재력까지 터진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인 만큼, 이를 실제 계약(MOA)과 본계약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치밀한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다. 양 정상은 이를 위해 합의 이행을 점검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외교부 내에 설치하고, 고위급 소통 채널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UAE와 세네갈이 내년에 공동 주최하는 'UN 물 회의' 협력과 UAE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워터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 등 기후변화와 수자원 문제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도 양국은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한편 1970년대 중동 붐이 한국 경제 도약의 마중물이 되었다면 2025년 '아부다비 선언'은 한국 경제가 AI와 첨단 기술을 입고 퀀텀 점프를 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후속 조치 지시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UAE라는 거대한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족쇄를 풀고 길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UAE가 손잡고 그려나갈 '새로운 100년'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다. 사막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